(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KT 위즈를 넘어 이제는 '류중일호'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거듭난 박영현(21)이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팀 사령탑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쿠바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그는 "(내 공을) 인정받은 것 같아 좋다"며 "앞으로 더 완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현은 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앞서던 9회 등판,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세이브를 올렸다.
이날 총 8명의 투수가 등판한 가운데 관심사였던 마지막 투수로는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최고 구속 150㎞의 묵직한 직구(11개)와 함께 슬라이더(3개), 체인지업(1개)을 섞으며 쿠바 타자를 요리했다.
경기 후 쿠바의 아르만도 욘슨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투수를 묻자 "9회 올라왔던 마무리 박영현이 가장 눈에 띄었다"면서 "그 선수의 구속과 변화구 퀄리티가 이목을 끌었다"고 호평했다.
쿠바 감독의 극찬을 받은 박영현은 "상대 감독님께서도 나를 인정해 주시는 거 같아서 좋았다"면서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영현은 대표팀의 많은 '영건 파이어볼러' 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그는 올해 KT의 마무리를 맡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66경기 76⅔이닝에 나와 10승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의 성적을 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도 빛났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까지 4경기에 나와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완벽투를 펼쳤다. 특히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3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투혼의 피칭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조병현(SSG), 김택연(두산), 정해영(KIA) 등 각 팀의 뒷문을 책임지는 투수들이 쟁쟁한 대표팀에서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이번 소집 기간 중 만난 박영현은 큰 경기에서 강심장을 보인다는 평가에 "태극마르를 달면 더 끓어오른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쿠바 타자를 압도했던 박영현은 직구 외에도 변화구를 섞은 것이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체인지업이 밋밋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오늘 딱 하나 던졌는데 방망이가 나와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박영현의 '클로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류중일 감독은 "(박)영현이가 마지막에 나왔지만 마무리라고 단정하진 않겠다"며 "아직 경기가 더 남아있다. 누가 나와도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1일 피칭했던 박영현은 2일 경기에는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두 번째 경기는 (정)해영이가 마무리 쪽으로 갈 것이다. (계속해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