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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호투, 최고의 승리공식이었다.
절대 내주기 싫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무대에서 2연패 수렁에 빠져있던 LG가 구사일생했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삼성을 만난 PO 3차전에서 1-0 신승을 챙기며 밝게 웃었다. 5전3선승제 PO 역사에서 3번밖에 없던 리버스 스윕을 향해 고삐를 당겨보는 쌍둥이 군단이다.
점수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운드의 승리였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부터 효과를 발휘했던 ‘임찬규-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조합의 승리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사이 좋게 양분했다. 임찬규가 5⅓이닝 무실점으로 16개를 챙겨 올 가을 3번째 선발승을 빚었고, 에르난데스가 3⅔이닝 무실점으로 11개의 아웃을 잡아 엄청난 세이브로 포효했다. 팀을 상징하는 ‘쌍둥이’ 같은 역투로 팀을 수렁에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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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에서 2승,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2자책점)로 최우수선수(MVP)에 빛났던 임찬규의 ‘가을 본능’은 여전했다. 4회초 2사 1,3루에서 강민호를 기가 막힌 커브로 잡아낸 게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유일한 실점 위기를 지우면서 에이스 면모를 뽐냈다.
바통을 받은 이는 준PO의 또다른 영웅, 에르난데스였다. KBO리그 외인 최초 준PO 전 경기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6⅓이닝 무실점 1홀드 2세이브 진기록을 남겼다.
PO에서도 푸르렀다. 굵직한 3⅔이닝짜리 세이브를 남겼다. 7회초 우익수 홍창기의 실책성 수비로 나온 3루타도, 8회초 2사 1,2루 위기도 그를 흔들지 못했다. 9회초 폭풍 3탈삼진 삼자범퇴로 기어코 경기의 문을 닫아버렸다.
검증된 공식이다. 준PO 2차전에서도 임찬규가 5⅓이닝 2실점(1자책)으로 문을 열고 에르난데스가 1⅔이닝 무실점 홀드로 승리에 공헌했다. 벼랑 끝 승부인 5차전에서도 임찬규의 6이닝 1실점, 에르난데스의 1이닝 세이브가 더해지며 PO 티켓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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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신뢰도 굳건하다. 임찬규는 “뒤에 엘리가 버티고 있어서, 최대한 좋은 상황에 넘겨준다는 생각뿐이었다. 6회를 모두 채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며 “엘리가 막아줘서 이길 수 있었다”는 덕담을 건넨다. 에르난데스도 “모든 (상대) 타석이 짜릿했다. (임)찬규처럼 한 구 한 구 집중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돌아봤다.
PS 에이스로 거듭난 임찬규는 “정규시즌처럼 하자는 생각이 잘 맞아떨어진다. 엄청 발전했다는 느낌은 없지만, 어떻게 보면 들뜨지 않고 침착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는 남다른 연륜을 뽐내기도 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임찬규는 “4차전에서 엔스가 잘해줄 거다. 5차전이 된다면, 어릴 때부터 그랬지만 나가라면 나간다는 마인드다. 잘 쉬어서 5차전까지 넘어오길 바라겠다. 꼭 승리를 가져오도록 준비 잘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띄워보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