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팀이 어려울 때 찾는 투수가 되고 싶다.”
충암고 우완투수 박건우(18)는 지난 8월 기자를 만나 이렇게 얘기했다. LG 트윈스의 팬이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러나 어느 팀에 가든 불펜 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칠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런 박건우는 최근 대만에서 끝난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까지 무사히 치르고 돌아왔다. 11일 KBO 신인드래프트서 프로의 꿈을 이룬다.
그런 박건우는 서울 성동구 유소년야구단 출신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고, 충암중학교를 거쳐 충암고를 다녔다. 어린 시절 벽에 공 치기를 좋아해 시작한 야구를, 업으로 삼기 일보 직전이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박건우는 고교 통산 51경기서 22승3패 평균자책점 1.82, 203이닝 동안 236탈삼진 WHIP 0.89를 기록했다. 윤영철(KIA 타이거즈)이 프로로 간 뒤 충암고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단, 아무래도 2학년 때 94⅓이닝으로 다소 무리하면서 올 시즌 구위가 조금 저하됐다는 평가다. 시즌 중반 이후 회복세도 보였다.
3학년이던 올해 14경기서 7승2패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했다. 삼진 88개를 잡아내면서 사사구를 11개만 내줬다. 고교 레벨에선 완성도가 괜찮은 투수다.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도 전체적으로 기본기량이 괜찮은 투수라는 평가.
11일 개최될 2025 KBO 신인드래프트서 150km을 넘는 투수가 적지 않다. 147~148km 수준의 박건우는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띈다. 그래도 향후 성장 가능성을 따진다면 단연 상위클래스다. 투심, 커브, 슬라이더에 올해 스플리터도 연마했다. 물론 프로에선 전체적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현재 빠르면 2라운드 지명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영복 감독이 박건우를 많이 활용했던 건 사실이다. 단, 그러면서 직접 사인을 내지 않고 스스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게 했다. 박건우는 지난 8월 기자와 만났을 때 “1학년 때는 중요할 때만 사인을 주셨고, 2학년 때부터 내게 맡겼다”라고 했다. 이는 향후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행복은 성적순도, 드래프트 지명순도 아니다. 1라운드 지명자라고 모두 프로에서 성공하는 게 아니다. 반대로 2~3라운드, 심지어 7~8라운드 이하에서도 성공 사례는 나온다. 프로에서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박건우도 마찬가지다.
박건우는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분명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야구에 대해 항상 진지하고 늘 발전을 꿈꾸는 청년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 얘기다. 당연히 팀이 어려울 때 찾는 투수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시간을 채워가는 건 박건우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