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지난 2년간 KIA의 속을 썩였던 외국인 투수 문제는 올해도 순탄하지 않았다. 강력한 구위와 좋은 경력을 가져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윌 크로우는 팔꿈치 부상으로 8경기만 던지고 시즌 아웃됐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캠 알드레드는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했다. 확실한 카드는 아니었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KIA는 망설이지 않고 승부를 걸었다. 알드레드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새 외국인 투수 물색에 나섰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KBO리그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들이 항상 이야기를 하는 것은 "미국에 선발 투수가 없다"는 것이다. 불펜으로 뛰는 선수 중 선발 전환이 될 만한 선수들은 그래도 있는데, 문제는 지금은 시즌 막바지다. 투구 수 빌드업을 하다 시즌이 끝날 판이다. 교체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KIA는 거물급 선수를 데려오며 능력을 과시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36승 경력의 좌완 에릭 라우어(29)와 총액 35만 달러에 계약했다. 현재 줄 수 있는 한도를 꽉꽉 채워 유니폼을 입혔다. 일단 이름값 자체는 기대를 불러모으기 충분한 수준이다.
라우어는 2018년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빅리그 통산 120경기(선발 112경기)에서 36승37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빅리그 완성형 선발로 클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고, 실제 그렇게 컸다. 밀워키 소속이었던 2022년에는 29경기 모두를 선발로 나가 158⅔이닝을 던지며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의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듬해 연봉은 약 500만 달러까지 뛰었다.
물론 라우어가 그 당시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면 KBO리그에 올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라우어는 2023년 어깨 쪽에 문제가 있었고 이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4㎞ 가량 폭락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2024년은 휴스턴과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구속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우어 정도의 거물이 KBO리그를 찾는 건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일이다. 아직 나이가 젊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계속 이어 갈 만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IA는 무슨 마법을 부려 라우어를 설득한 것일까.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며 선수의 호감을 산 것이 가장 중요했지만, 오히려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 위해 지금 KIA에서 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논리도 잘 먹혔다는 후문이다.
라우어는 올해 계속 트리플A에만 있었다. 메이저리그 팀이 눈여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KBO리그에도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상주하며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을 지켜본다. 오히려 트리플A에서 관심도 못 받고 있을 바에야, KBO리그에서 화려한 성적을 내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어갈 확률이 더 높아진다.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심재학 KIA 단장은 "그런 부분을 많이 어필했다"고 인정했다. 마이너리그 생활에 지친 라우어도 당초 "한국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바꿔 이번에는 KIA의 손을 잡았다.
라우어가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어갈 만큼의 활약을 보인다는 건 서로가 윈윈이다. KIA로서는 강력한 외국인 에이스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정규시즌 막판 레이스는 물론 포스트시즌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KIA다.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라우어도 당장의 돈이 중요한 건 아니다. 사실 35만 달러는 미국에서 계속 뛰어도 확보할 수 있는 금전이다. 라우어로서는 KBO리그에서 리그를 폭격하는 성적을 거두고 페디처럼 메이저리그로 유턴하자는 구상을 가지고 있을 법하다. KIA와 라우어가 모두 윈윈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라우어는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삼성을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을 갖는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