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산 넘어 산이다. 대만에게 무릎을 꿇은 류중일호가 최고 158km의 강속구를 앞세워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쿠바의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만난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대만과 개막전에서 3-6으로 패했다.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조별리그에 대한 걱정이 컸던 류중일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 2위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았어야 할 대만을 상대로 한국은 고영표, 대만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한국을 상대로 2경기에 등판해 좋은 투구를 펼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유망주 린위민을 내세웠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를 완전히 대만 쪽으로 내줬다. 선발 고영표가 2회말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바탕으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천천웨이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맞았다. 초구에 선택한 체인지업에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실점은 이어졌다. 고영표는 후속타자 린리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위기는 이어졌고, 이번에는 천제슈엔을 상대로 던진 2구째를 공략당해 우월 투런홈런까지 맞으면서 점수차는 순식간에 0-6까지 벌어졌다.
린위민을 상대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던 한국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4회초 선두타자 홍창기의 출루로 만들어진 찬스에서 김도영과 박동원이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며 다시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한국은 7회초 나승엽이 대타로 한 점을 더 쫓았으나, 끝내 경기의 흐름을 뒤집지 못하면서 3-6으로 패했고, 조 2위 확보에 적신호가 점등됐다.
다른 국가의 성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자력으로 2위 자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14일 쿠바전을 시작으로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를 모두 무너뜨려야 한다. 그런데 막상 14일 쿠바전부터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정예멤버가 모두 나서지 않았던 평가전과 다른 쿠바가 류중일호와 맞붙는다. 일단 선발 투수로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있는 리반 모이넬로가 출격한다.
모이넬로는 최고 158km의 강속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로 지난 2017년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고 4승 3패 15홀드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하며 데뷔했다. 그리고 이듬해 5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53으로 성적이 대폭 하락했으나, 3년차에 3승 1패 34홀드 평균자책점 1.52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기는 등 2022시즌이 끝난 뒤 4년 총액 40억엔(약 361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는 기염을 토했다.
모이넬로는 2022시즌까지 4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고, 지난해에는 27경기 3승 13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0.98로 펄펄 날았다. 그리고 올해 선발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해 25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모이넬로는 선발 변신과 동시에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다승 공동 4위, 탈삼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쿠바 사령탑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평가전이 끝난 뒤 모이넬로를 도미니카공화국과 맞대결(13일)에 투입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쿠바는 모이넬로가 아닌 요에니 예라를 선발로 내세웠고, 경기가 끝난 뒤 류중일호를 상대로 모이넬로가 선발 등판하는 것이 확정됐다. 현재 쿠바도 1차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무릎을 꿇은 가운데, 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해서 한국전에 모든 것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평가전 때와 달리 쿠바에는 올 시즌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최고 161km의 초강속구를 바탕으로 43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일본 통산 7시즌 동안 14승 18패 42홀드 166세이브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 중인 '마무리' 라이델 마르티네즈와 일본 통산 5시즌 동안 305안타 40홈런 167타점 타율 0.252 OPS 0.757을 기록하고 있는 포수 아리엘 마르티네즈까지 합류하면서 전력이 한층 강력해졌다.
단 1경기 만에 꺼져가는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선 반드시 쿠바를 잡아야 하는 상황. 모이넬로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