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현안진단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정말 불공정할까? 

입력
2024.11.01 14:00
수정
2024.11.01 14:00
 사진제공 연합뉴스

파리올림픽 이후 문체부와 체육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 체육회는 '문체부의 위법‧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를 문제 삼으며, 서로를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체육계 현안에 대한 '호통'은 끊이지 않았지만, 체육 발전을 위한 '진정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문체부와 체육계가 갈등을 빚는 주요 현안을 짚어보고, 엘리트‧생활 체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배정호, 정형근 기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선수의 포상‧징계 이외에 대한체육회장, 회원종목단체회장을 포함한 임원의 연임 심의를 진행하는 곳이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29조(임원의 임기)에는 아래와 같이 명시됐다.

① 이사(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사무총장 및 선수대표를 제외한다)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감사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각각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에 따라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개정 2018. 4. 2.>

정관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장 및 종목단체회장은 규정상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두 차례 이상 연임도 가능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9월 9일 대한체육회에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 & 운영 불공정성 관련 시정 권고' 공문을 보냈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을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했기 때문에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연임 심의를 맡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공문에 정면 반박했다.

스포티비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정관 제 40조에 근거하여 규정, 포상, 징계 연임 심의 등의 의결권을 갖는 특별위원회다. 2016년 처음 설치된 이래 정관과 위원회 규정에 부합되게 내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의 절차를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다"고 답변했다.

또한 체육회는 "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 구성은 대의원 총회에서 선임 권한을 위임받아 외부인사 과반수 이상이 포함된 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의 객관성 제고를 위해 대한체육회를 배제한 법조계, 학계, 스포츠계, 인권 분야의 외부전문가로만 구성했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이 모든 사항은 문체부와 협의하여 구성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대한체육회는 정관과 규정에 따라 문체부에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에 관한 사안을 공유했다. 4년간 총 3차례 스포츠 공정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고, 문체부는 모두 '문제없다'며 승인했다. 아래는 대한체육회가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공문을 보낸 날짜다.

2019년 4월 13일 - 제 40대 후반기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

2021년 4월 14일 - 제 41대 전반기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

2023년 4월 13일 - 제 41대 후반기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
 사진제공 연합뉴스

문체부 김홍필 체육정책과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종목단체 및 체육회장 연임에 관한 정관 개정을 문체부는 승인했다. 다만 지금 와서 보니까 정관에 있는 재정적 기여, 국제대회 성적 등의 기여를 계량화하여 심사하도록 되어 있는데, 문체부 승인 사항이 아닌 심사기준이 정관에 위반되어 개선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계는 문체부가 스포츠공정위원회 불공정성 시정 권고를 내린 '시점'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 문체부가 승인한 사안을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집고 있는 셈이다. 누가 봐도 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승인을 하지 않아야 하고, 선거를 피해서 개정을 해야 한다. 문체부의 행동은 정당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법인의 정관은 목적, 조직, 업무 집행 따위에 관한 근본 규칙으로 법률적으로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는 자료다.

캡틴법률사무소 홍성환 변호사는 정관의 중요성에 대해 "비영리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근거이자 동시에 업무집행 등에 있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도다. 유용하게 쓰는 도구이면서 잘못쓰면 목을 옥죄는 칼이 될수도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이외에도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4연임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도 내놨다. 유인촌 장관은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승인하면 (연임)할 수 있는데, 위원회가 정말 공정하다면 다시 출마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의 임기는 정관 22조에 명시됐다. 대한체육회와 마찬가지로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에 따라 연임은 가능하다. 이 또한 상위기관인 문체부의 승인을 모두 받은 정관이다.

<대한축구협회 정관 - 22조 임기>

① 회장을 포함한 이사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감사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다음 각 호에 따라 1회에 한하여 연임(연임 횟수 산정 시 다른 회원종목단체의 임원의 경력도 포함한다)할 수 있다. 다만, 회계감사는 연임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개정 2020.09.22.2022.01.26.>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임원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임원의 연임 횟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개정 2020.09.22.>

이미 3선 이상의 회장이 맡고 있는 대한양궁협회, 대한핸드볼협회 정관도 마찬가지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임원 연임 횟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정관과 동일한 문구로 명시됐다.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원칙적으로 2번 이상 못 하게 돼 있다. 공정위에 3연임, 4연임은 문제가 있으니 이 부분을 시정해달라고 권고했다. 체육회에서 출마를 허가하더라도 문체부에서는 최종적으로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한 회원종목단체 회장은 "유인촌 장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모든 체육단체의 연임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문체부는 국민적 질타를 받은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의 회장을 공격하면서 여론몰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진정으로 체육계를 고민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임원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한 체육회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당시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체육단체장에 대한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야 한다"며 문체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자고 한 주된 이유로 '지방 체육회의 열악한 상황'을 들었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나 시도체육회장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더 밑으로 내려가면 연임 심사를 할 공정위 구성조차 힘들다. 종목 단체나 지방 체육회에서 임원을 맡을 만한 인물도 부족하다. 시군구 회장들은 자기 돈 내고 봉사하는 분들인데 지방 체육의 근간을 유지하는 이들을 몰아내면 누가 하나"고 말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관련 정관 개정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지방체육회 임원 부족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연임은 승인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됐다.

지역체육회 관계자는 "지역의 시도종목단체는 1,195개, 시군구 종목단체는 8201개이다. 해당 단체의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사 및 감사) 수를 최소 30명씩 잡아도 거의 30만 명의 임원이 있다. 지역 종목단체 임원은 비상임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단체인 지방체육회의 연임 심사까지 받는 것은 시도체육의 행정 낭비라고 볼 수 있다. 회장 선거의 경우 선거인단이 투표를 한다. 후보 결격 사유가 있으면 출마를 할 수 없는데,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연임 제한 규정 폐지를 승인하지 않은 문체부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대한체육회

체육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비를 써서 체육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지역의 체육회장과 임원들이 자칫하면 떠나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병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도 체육계의 위기를 국정감사에서 언급했다. 회장의 연임심사에 대한 것은 체육 발전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라고 밝혔다.

2019년부터 스포츠공정위 임명된 김병철 공정위원장은 "회장 연임에 대한 것은 정책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체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절박한 부분을 체육회 실무자들이 와서 정책 제안을 했다. 스포츠공정위는 체육회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심의 의결하는 기구다. 우리는 심사 때 객관적 기준을 갖고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미 '임원의 연임 심사'와 관련한 공문을 회원종목단체에 보냈고, 10월 21일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렸다. 11월과 12월에도 공정위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방체육의 불필요한 행정 낭비를 줄이고, 매번 선거 때마다 연임과 관련된 소모적인 논란을 없애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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