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까지 안양 정관장에서 뛰었던 렌즈 아반도는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였다. 신장은 188cm에 불과했지만, 어마어마한 탄력을 지녀 하이라이트 필름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2022-2023시즌 올스타 덩크 콘테스트에서 화려한 리버스 덩크슛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종종 빅맨을 상대로 블록슛까지 만들며 정관장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별명도 ‘에어 반도’였다.
아반도는 두 시즌 통산 69경기 평균 21분 2초 동안 9.4점 3.2리바운드 1.1어시스트 1블록슛을 기록했다. 정관장은 아시아쿼터 최고 수준의 금액을 제안하며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더욱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리그를 원했던 아반도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아반도를 대신해 정관장 유니폼을 입은 이가 하비 고메즈다. 계약 당시에는 고메즈 델 리아노(SK)의 형으로도 주목을 받았는데, 막상 시즌에 돌입하자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고메즈는 현대모비스를 상대로도 진가를 뽐냈다. 1쿼터 2개에 이어 2쿼터에 3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전반 5개는 정관장(SBS 시절 제외) 역대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순도도 높았다. 고메즈의 전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71.4%(5/7)에 달했다. 슛 릴리즈도 클레이 탐슨(댈러스)을 연상시킬 정도로 깔끔했다.
비록 정관장은 접전 끝에 74-81로 패해 3연승에 실패했지만, 고메즈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8분 53초를 소화하며 벤치의 신뢰도를 새삼 확인했다. 고메즈는 현대모비스와의 경기까지 포함해 39경기 평균 16분 44초만 뛰고도 1.4개(25위)의 3점슛을 터뜨렸다. 출전시간만 보장이 된다면 리그에서 손꼽히는 슈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정관장과 고메즈의 계약기간은 1년이다. 정관장으로선 올 시즌이 끝나면 고메즈와의 재계약, 아반도 재영입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물론 제3의 선수를 발굴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최고의 선택지는 고메즈라는 생각이 든다. 아반도 이상으로 화려하 농구를 보여줄 아시아쿼터는 많지 않겠지만, 고메즈 역시 다른 측면에서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선수였다.
#사진_유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