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 모범 FA 최성모, 삼성의 구원자

입력
2025.02.28 08:00
올 시즌 삼성은 플레이오프 경쟁권에서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 수년 간 침체기에 빠졌었던 삼성엔 의미 있는 반등이다. 이원석, 저스틴 구탕, 마커스 데릭슨 등 여러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지만 이 선수의 이름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FA 이적 첫해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성모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2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지난 1월 중순 진행됐습니다.

기량발전상 후보

올 시즌 최성모의 활약은 무척 인상적이다.

2016년 데뷔 후 맞이한 9번째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9.7점 3.3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2023-2024시즌과 비교하면 평균 득점은 3.1점에서 9.7점으로 3배 넘게 상승했고, 그밖의 모든 기록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성모의 활약 속에 삼성도 인상적인 전반기를 보냈다. 시즌 초반 부침을 이겨내고 11승 18패를 기록, 6위 DB에 단 2.5경기 뒤진 8위를 차지했다.(아쉽게도 이후 삼성은 순위 경쟁에서 밀리며 순위가 내려갔다)

앞선에서는 최성모의 활약이 절대적인 변수였다. 수비에서는 상대 주요 핸들러를 마크하고, 공격에서는 돌파와 3점으로 공격을 이끄는 최성모의 활약 속에 삼성은 가드진에 대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최성모 본인은 자신의 활약을 김효범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제 생각엔 김효범 감독님이 50%에서 80% 만들어주신 부분이에요. 감독님께서 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을 다 해주셨어요. 제가 농구할 때 더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죠.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되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시즌 초반 가드진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삼성이다. 주축 선수 이대성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뎁스가 눈에 띄게 얕아졌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최성모에게 가해졌다.

그러나 전반기를 마친 지금, 최성모는 어느 팀 주전가드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실 제가 삼성에 왔을 때 팀이 저를 주전 가드로 쓰겠다고 영입한 건 아니었거든요. 저도 이렇게 꾸준히 주전으로 뛰는 게 사실 처음이에요. 원래는 제가 잘하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부상자가 나오면서 출전시간을 더 가져가게 됐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1번으로서는 경기를 운영해야 하니까 거기에 중점을 뒀는데 계속 지고 그러면서 결과가 처음에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질 바에는 제가 자신 있게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도 네가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해달라고 하셨고, 그게 시즌 첫 승으로 이어졌어요. 이후에 경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고 팀이 이기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느낀 것 같아요.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최성모는 올 시즌 삼성 가드진의 '구원자'가 되어가고 있다. 기록적으로나 경기 내용적으로나 엄청난 스텝 업에 성공했기에, 현 시점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성모는 지난해 봄 삼성 이적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후회 없는 농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FA가 되어서 이적하는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그때 생각했어요. 제가 농구선수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그래도 뭔가 좀 해보고 마끝내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 제가 하고 싶은 농구를 할 수 있는 팀을 찾으려고 했어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좋은 제안들을 받았지만, 농구선수로서 더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은 팀에서 뛰고 싶었고 그래서 삼성을 택했어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됐던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올 시즌 최성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공격과 수비가 모두 되는 선수라는 점이다.

"사실 공격과 수비를 다 한다는 게 어려운 건 맞는 것 같아요. 출전시간을 받으면서 해보니까 (이)정현이 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더라고요."

"정현이 형은 660경기 넘게 30분 가까이 뛰고 있잖아요. 그렇게 뛰면서 공수를 다 하려고 하니 확실히 어렵다는 게 느껴져요. 주전으로 뛰면서 공격과 수비를 다 하는 선수들은 모두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체력 관리요? 그냥 잘 쉬려고 노력해요. 다만 하나 새로 바뀐 건 경기 전날에 사우나를 좀 하고 있어요. 정현이 형이 잘 안 다치고 뛰는 대표적인 선수인데, 삼성에 오면서 정현이 형의 루틴을 좀 따라하고 있거든요. 정현이 형이 경기 전날에 사우나를 하는데 사실 저는 그러면 경기 때 힘들까봐 안 했었거든요. 그런데 해보니까 이게 나쁘지 않고 잠도 잘 오고 그러더라고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반전

올 시즌 삼성은 반전의 팀이다. 개막 초반까지만 해도 부침을 겪었던 삼성. 하지만 이후 서서히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연승가도를 달리며 최하위에서 6강권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갔다.

올스타 휴식기 직전에는 1,478일 만의 4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각자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제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항상 보면 20점 차 이상 앞설 때 유기적으로 농구를 잘하다가도 승부처가 되면 (이)정현이 형과 코피(코번)만 찾다고 추격당하곤 했거든요."

"상대 팀들이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특정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선수들이 더 유기적으로 농구를 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시즌 초반보다는 중반으로 올수록 손발이 더 잘 맞고 그러면서 몇 번 이기다 보니까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김효범 감독과 이정현 감독은 최근 삼성의 농구에 대해 "이게 원래 하고 싶었던 농구"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최성모의 생각은 어떨까?

"너무 좋아요.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이렇게 유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예전에는 10점 차로 뒤지기만 해도 우리가 따라갈 힘이 없다고 느껴졌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쉽게 지지 않아요. 연습했던 부분들을 경기에서 그대로 하는 걸 보면 모든 선수들이 다 도움이 되고 있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잘 만들어주신 부분도 큰 것 같아요."

김효범 감독에 대해 묻자 데이터와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데이터적으로 많은 걸 알려주시고 영상을 많이 보여주시는 게 김효범 감독님의 남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선수들의 경우 본인이 못했던 경기를 계속 찾아보진 않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못했던 부분도 영상을 통해 보여주시고 그걸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게 만들어주세요. 그걸 바탕으로 연습도 하고 데이터로도 그걸 이해하니까 우리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최성모는 "6강에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6강을 가는 게 목표예요. 최대한 많이 승수를 쌓고 싶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못하더라도 팀은 꼭 이겼으면 좋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하고 제 농구 스타일을 코트에서 잘 보여드리고 싶고 팀적으로는 6강에 꼭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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