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단비 위주’ 우리은행에 숨통
“만능 가드로 키워낼 것”
위성우 감독 야심만만
깡으로 똘똘 뭉친 슈퍼 루키가 등장했다. 쟁쟁한 선배들의 수비를 제치고 멋지게 위닝 샷을 터트린 후에도, 호랑이 위성우 감독에게 잔뜩 혼이 난 후에도 동요가 없다. 실력과 멘털을 겸비한 우리은행 이민지(19)는 이번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이민지는 2024~2025시즌 드래프트에서 1순위 6라운드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해 전국남녀종별농구 선수권대회에서 여고부 MVP로 선정되며 ‘제2의 박혜진’으로 불렸었다. 고교 시절 최고의 유망주였으나 드래프트 앞순위 구단들이 센터와 포워드를 중심으로 신인 전력을 보충하며 예상보다 후순위에 이름이 불렸다. “6등으로 뽑혀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에 이민지는 “우리은행에 뽑혀서 좋았다”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이민지는 해가 바뀌며 본격적으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청주 KB전에서 13득점을 올리며 잠재력을 터트린 이민지는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홍유순(인천 신한은행)과 송윤하(청주 KB) 등 드래프트 동기들보다 출발이 다소 늦었으나 단기간에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신인상 후보에 합류했다.

주장 김단비의 득점력에 많은 부분을 의지해 온 우리은행은 이민지의 등장으로 인해 숨통이 조금씩 트이고 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이민지를 공수 밸런스를 갖춘 만능 가드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위 감독은 “20분 뛰면서 공격과 수비를 다 해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몸이 무거워 보이더라”라며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지가 어리다 보니 경기하다가 정신이 잠시 다른 데로 가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가차 없이 혼을 낸다”라며 “수비 집중을 안 할 때가 있어서 그런 부분을 신경 쓰라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위 감독과 김단비는 한목소리로 이민지의 강인한 정신력을 칭찬했다. 위 감독은 “어린 선수를 혼내면 뭐라고 하는지 모를 때가 많은데 이민지는 혼나는 걸 그냥 들으면서 ‘죄송합니다’ 한다”라며 “멘털이 좋은 선수다”라고 말했다.
대선배인 김단비는 이민지에 대해 “깡이 있다고 해야 하나, 지난번 하나은행 경기 때 1쿼터에 그렇게 혼이 났는데도 2쿼터에 3점 슛을 연속 2번 넣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라며 “웬만한 언니들도 그렇게 혼나면 잠깐 멘털이 나가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이민지는 바로바로 그다음에 자기가 뭘 할지를 확실히 안다”라고 말했다.
이민지는 “혼나고 있을 땐 그냥 내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한다”라며 “나는 표정이 바뀐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내가 무표정이라고 하더라”라며 멋쩍게 웃었다.
고교 시절 가드 박혜진(BNK)을 롤모델로 꼽았던 이민지는 과거 박혜진이 우리은행에서 뛰었을 때 달았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다. 박혜진과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김단비는 “박혜진은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선수다”라며 “노력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민지가 혜진이의 노력을 얼마나 따라가느냐에 달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민지는 ‘박혜진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냐’라는 질문에 “저는 단비 언니에게 배우고 싶다”라고 답했다. 옆에서 이민지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김단비는 “눈물 날 뻔했다”라며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