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이 ‘이기는 농구’를 하고 있다. 8년 만에 봄농구의 희망이 보인다.
삼성은 지난 13일 부산 KCC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4연승을 기록했다. 무려 4년 만에 달성한 4연승이다. 8위 삼성은 7위 KCC를 0.5게임 차이로 따라잡았다. 봄농구 마지노선인 6위 원주 DB와는 2게임 차이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정규시즌은 26경기가 더 남았다. 봄농구의 꿈이 조금씩 현실로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은 이번 시즌 패배의 기록을 하나씩 깨트리며 길었던 암흑기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잠실 라이벌인 서울 SK와의 ‘S-더비’에서 779일 만에 승리했다. 이로써 삼성은 SK전 12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SK가 꾸준히 리그 선두를 달리는 강팀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인 승리였다.
삼성의 변화는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1라운드 73.2점이었던 평균 득점이 3라운드에 79.1점까지 올랐다. 3점 슛 성공 개수는 6.6개에서 9.6개로 올랐다. 1라운드 스틸 개수가 5.7개로 리그 꼴찌였으나 3라운드에는 6.7개로 3위가 됐다. 3라운드 지표만 보면 삼성은 결코 약체가 아니다.
김효범 삼성 감독의 과감한 교통정리가 팀의 상승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격의 양 축을 담당하는 코피 코번과 이원석을 분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코피 코번이 최현민과, 이원석이 마커스 데릭슨과 합을 맞춰 뛰기 시작하면서 이원석과 코번의 포지션 정리가 잘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성모가 안정적인 경기력을 찾았고 이정현이 결정적인 타이밍에 에이스 역할을 잘해 주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의 원 클럽 맨이자 코치 출신인 이규섭 해설위원은 “경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전들의 시간을 분배하고 국내 선수와의 조화를 찾은 게 맞아떨어졌다”라며 “이원석은 미들 슛과 외곽이 다 되는 선수인데 지금과 같은 포지션에 적응하면 코번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삼성이 저스틴 구탕에 대한 활용법을 찾은 것 같다”라며 “구탕에게 리딩보다는 골 밑 돌파나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림 어택을 맡기며 선수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활력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삼성의 숙제다. 주축 선수의 공백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전날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입은 이원석이 당분간 백 퍼센트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
삼성의 마지막 봄농구는 2017년이다. 연승을 동력 삼아 4라운드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5강 진입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삼성은 8년의 숙원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