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해라” 1순위 출신 기량발전상 수상자가 박준영에게

입력
2024.11.15 06:00
[점프볼=창원/최창환 기자] 심심치 않게 트레이드 문의를 받았지만, 이제는 수원 KT에 없어선 안 될 자원이 됐다. 송영진 감독 역시 박준영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전역 후 돌아온 지난 시즌 2경기 평균 4분 44초에 그쳤던 박준영이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박준영은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10경기 평균 10점 3점슛 1.2개 6.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문정현, 하윤기가 부상을 당한 틈을 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4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도 더블더블(15점 10리바운드)을 작성하며 KT의 3연승에 기여했다.

박준영은 KT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지만, 중복 자원이 많아 기회를 얻는 데에 제약이 따랐다. 2020-2021시즌에 46경기 평균 18분 30초를 소화하며 핵심 식스맨으로 자리 잡는 듯했지만, 하윤기가 입단한 2021-2022시즌에 다시 경쟁에서 밀려 28경기 평균 6분 39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고려대 시절 ‘함지훈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등 박준영이 지닌 재능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KT에 트레이드를 문의한 팀이 있기도 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박준영은 KT에 닥친 위기를 기회 삼아 스스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송영진 감독은 “(박)준영이가 너무 잘해준 덕분에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송영진 감독 역시 현역 시절 박준영과 같은 고충을 겪은 선수였다. 중앙대 출신으로 2001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G에 지명됐지만,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는 제도로 인해 주어지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2001-2002시즌만 50경기 평균 21분 20초를 소화했을 뿐, 이후 세 시즌 연속으로 평균 20분 미만의 출전시간을 남기는 데에 그쳤다.

송영진 감독은 2005년, FA 현주엽의 보상선수로 지목돼 KT 유니폼을 입은 후 기량이 만개했다. 내외곽을 오가는 전천후 공격수로 변모한 가운데 외국선수 수비까지 가담하며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송영진 감독은 2005-2006시즌에 기량발전상을 수상했고, 2006-2007시즌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득점(13.7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송영진 감독은 “준영이와 오프시즌에 미팅을 했다. 내가 현역 시절 겪었던 상황을 예로 들기도 했고, 팀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원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는 얘기도 해줬다. 트레이드와 관련된 얘기도 있었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이)두원이와 경쟁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은 개개인이 성장하는 데에 자양분이 되지만, 이는 곧 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박준영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회를 기다렸고,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KT도 이를 토대로 줄부상을 딛고 기분 좋게 A매치 브레이크를 맞이했다.

허훈 역시 박준영에 대해 “출전시간이 늘어나며 자신감, 여유가 생겼다. 원래 재능이 있던 선수여서 보기 좋다. 앞으로도 자기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 LG와의 경기에서도 너무 잘해줬고 든든했다”라고 칭찬했다.

KT와 박준영의 인연을 ‘잘못된 만남’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올 시즌은 얘기가 다르다. 박준영이 기량발전상을 수상하며 KT에서 롱런했던 송영진 감독과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윤민호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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