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스웨덴 출신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이히모비치(42·AC 밀란)가 축구화를 벗는다. 무릎 수술 여파로 정상 컨디션을 찾는 데 애를 먹은 그가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즐라탄의 은퇴 소식에 많은 축구팬들이 진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선수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량이 출중하다. 190cm가 넘는 거구지만 드리블 기술과 골 결정력도 탁월하다. 연계 플레이와 슈팅력, 스피드, 스태미나 모두 뛰어나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경기력의 기복도 적다.
자신감도 철철 넘친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신계'에 있다는 찬사를 받을 때도 "최고의 선수는 바로 저다"고 자신만만했다. 실제로 30대 중후반을 넘어 40대 초반까지 월드클래스 기량을 인정받으며 미워할 수 없는 선수로 각인됐다. 태권도 유단자로서 고난이도 킥을 자주 구사해 국내 팬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높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셀프 저니맨'이기 때문이다. 사실 '저니맨'은 스포츠에서 좋지 않은 뜻을 내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즐라탄의 경우는 다르다. 즐라탄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엄청난 부를 쥘 수 있지만 스스로 '저니맨'이 되어 많은 팀을 떠돌았다.
스웨덴리그 말뫼 FF에서 18살의 나이에 프로 무대 데뷔전 치렀다. 세 시즌 동안 40경기에 출전해 16득점을 기록한 뒤 AFC 아약스(네덜란드)로 떠났다. 아약스에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유벤투스(이탈리아), 인테르 밀란(이탈리아), FC 바르셀로나(스페인), AC 밀란(이탈리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LA 갤럭시(미국)에 이어 2019-2020시즌부터 다시 AC 밀란 소속으로 뛰었다.
즐라탄은 모험을 즐기는 축구 선수다. 우승을 하고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숱한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나 만족하지 않고 팀을 자주 옮겼다. 스스로를 새로운 환경에 두고 채찍질하며 더 강해졌다. 유연한 플립풋볼 드리블과 시속 180km에 이르는 프리킥 골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언젠가 부상에 빠져 있을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You sleep. I work'라는 글과 함께 훈련 영상을 공개한 일화도 유명하다.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에 운동장에 홀로 나가 훈련 삼매경에 빠지는 '연습 벌레'다.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선수 즐라탄을 이제 더이상 볼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돌려 보면, 선수 시절 보인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엄청난 지도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그가 남긴 명언을 보면, '감독 즐라탄'으로 멋지게 곧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끝났다고 말했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 더 흥분됐다. 저는 항상 한계에 도전하는 걸 즐긴다."
[즐라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