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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 '캡틴' 손흥민(32)과 리버풀의 '이집트킹' 모하메드 살라(32)가 팀의 운명을 어깨에 걸고 만났다. 실력은 과거 공동득점왕도 차지했으니 백지장 한장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게 벌어졌다. 살라의 일방적인 압승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속팀의 전력 차이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선수 사기'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리버풀이 후한 조건에 재계약을 선물한 살라는 펄펄 날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전혀 활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계약 문제에 관해 시종일관 침묵하며 '1년 연장옵션'만을 발동하려는 토트넘의 태도에 의욕을 잃은 듯 했다.
토트넘과 리버풀이 격돌했다. 23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맞대결. 리버풀은 리그 1위로 순항 중이었다. 토트넘은 11위였다. 팀 전력에서 객관적인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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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리버풀 킬러' 손흥민이 선발로 출격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손흥민은 최근 리버풀과의 리그 5경기에서 연속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공동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022시즌부터 이어져 온 기록이다. 리버풀을 상대로 EPL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선수는 역사상 손흥민과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 뿐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골을 넣는다면 EPL 사상 최초로 '리버풀전 6경기 연속골'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최근 페이스는 좋았다. 손흥민은 지난 사우샘프턴전 1골 2도움에 이어 맨유와의 컵대회에서도 환상적인 '코너킥 바나나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가 걸려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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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는 2-1로 앞선 전반 추가시간에 도움 1개를 올렸다.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와 2대1 패스를 전개하며 소보슬러이의 골을 이끌어내며 시즌 10호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에는 직접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10분에는 토트넘 후방 아치 그레이가 실책성으로 걷어낸 공을 가볍게 차 넣어 첫 골을 넣었다. 이 골은 살라를 EPL 득점 단독 선두로 밀어올렸다. 이어 살라는 후반 16분에도 소보슬러이의 패스를 받아 리그 15호골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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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개의 'EPL 최초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17라운드만에 15골-11도움을 기록해 '단일시즌 20골-20도움'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PL 역사에서 단일 시즌에 20골-20도움을 기록한 건 2002~2003시즌 아스널의 티에리 앙리가 유일하다. 당시 24골-20도움을 기록했다. 살라가 22년 만에 이 기록에 도전한다.
'동갑내기 살라'가 이렇게 EPL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며 팀의 대승을 이끄는 동안 손흥민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선발로 나와 82분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는 단 1개도 달성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라며 자책했다.
초반부터 리버풀이 워낙 거세게 몰아친 탓에 손흥민에게 기회가 제대로 오지 않았다. 토트넘의 중원-후방 라인이 리버풀의 공격 작업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제 아무리 손흥민이라도 이런 상황까지 통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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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는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달 말 사우샘프턴 전을 마친 뒤 "12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클럽에서 남아달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서 "지난 수 년간 리버풀에 몸담아 왔다. 이런 클럽은 어디에도 없다"며 리버풀 구단에 대한 서운함과 변함없는 애정을 솔직히 밝혔다.
반면 손흥민은 '굿보이 모드'만 유지했다. 토트넘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보여줬지만, 재계약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구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과는 홀대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1년 연장옵션'을 사용하려 한다. 리버풀은 이미 살라와 2년 재계약을 완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살라가 펄펄 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자신을 믿고 대우해주는 구단을 위해 전력의 120%를 쏟아낸 것이다. 손흥민은 점점 사기가 떨어져가는 모습이다. 토트넘의 처우와 무관하지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