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이상철 기자 = 이제 '토트넘 소속'이 되는 양민혁(18)이 가장 함께 뛰고 싶은 동료는 역시 손흥민(32)이었다. 자신보다 14살이나 많은 까마득한 선배에 대한 호칭은 아직 형보다 선수가 편한데, 토트넘에서 함께 뛰면서 절친한 형과 동생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2024시즌 K리그1을 마감한 양민혁은 토트넘 선수단에 합류하기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고교생 K리거'는 뛰어난 기량을 뽐내며 38경기 12골 6도움으로 활약했다.
유럽 빅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던 그는 지난 7월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으로의 이적을 확정했는데, 올해까지는 강원에서 임대 선수로 뛰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연말이 됐고, 양민혁은 '새 소속팀' 토트넘으로 향하게 됐다.
토트넘은 런던으로 날아오는 양민혁을 환영한다는 듯 이날 펼쳐진 2024-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우스햄튼전에서 시원한 5-0 대승을 거뒀다. 특히 주장이자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손흥민은 1골 2도움으로 펄펄 날며 맹활약을 펼쳤다.
설레고 기대가 커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양민혁은 이 경기를 시청하며 함께 뛸 손흥민 포함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양민혁은 손흥민에 대해 "워낙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활약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봤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두 선수는 이미 한솥밥을 먹었다. 양민혁이 지난 9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태극마크를 달면서 '홍명보호 주장' 손흥민과 일주일여 동안 지냈다.
다만 양민혁은 이 기간 펼쳐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팔레스타인전과 오만전에 결장하면서 A매치 데뷔 기회를 미뤘다. 이후 10월과 11월 A매치 데이 때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면서 손흥민과 나란히 경기를 뛰지도 못했다.
두 사람이 필드 위에서 호흡하는 모습은 토트넘에서 먼저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양민혁은 "개인적으로 '손흥민 선수'와 함께 뛰는 상상도 많이 해봤다. 실제로 같이 경기에 나선다면 정말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뛸 것 같다. 토트넘에 가서 빨리 내 기량을 보여주고 함께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극전사 후배들이 선수단을 잘 아우르는 손흥민에게 '형'이라 부르며 살갑게 대하고 있지만, 양민혁에게 아직 손흥민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다. 9월 A매치 데이를 마치고 해산한 뒤에는 따로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았다고.
양민혁은 손흥민을 형이 아닌 선수라고 호칭하는 것과 관련해 "많이 만나지 않기도 했지만, 제가 먼저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토트넘에 가서 많이 얘기를 나누고 친해진 다음에 '흥민이 형'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웃었다.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막 런던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양민혁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양민혁은 "토트넘에 가서 형한테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할 테니까 잘 챙겨주세요"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