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또 한 번 홈에서 충격패를 당한 가운데 주장 손흥민이 또 다시 사과했다.
지난 달 말 하위권 크리스털 팰리스에 지더니 이번엔 승격팀 입스위치 타운에 쓴 맛을 봤다. 손흥민이 미안한 마음을 팬들에게 전했다.
입스위치는 2001-2002시즌 강등된 이후 2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PL)로 올라온 팀이다. 2년 전까지 3부리그에 있었지만 2부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연속 승격하는 기적 같은 행보로 프리미어리그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쉬운 무대는 아니었다. 입스위치는 프리미어리그 승격 이후 토트넘전이 진행될 때까지 20개팀 중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팀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갖고 있었다. 이를 토트넘이 도와줬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 홋스퍼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입스위치 타운과의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주고 1-2로 졌다. 후반 들어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한 골을 만회하기는 했으나 승점을 낚지는 못했다.
승점 획득에 실패한 토트넘은 9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 이날 이겼더라면 순위가 순식간에 3위까지 점프할 수 있었지만 토트넘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노팅엄 포레스트를 잡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밀려났다. 19위에 머물던 입스위치는 17위까지 올라가면서 강등권에서 일단 벗어났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입스위치가 이번 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토트넘의 우위가 예상됐지만, 초반 10분이 지나면서 원정팀이 빠른 역습과 좋은 수비로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선보였던 입스위치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토트넘은 전반 7분 델랍의 헤더로 아찔한 상황을 맞는 등 경기 초반부터 위기를 겪었다.
이후 토트넘이 주도권을 쥐고 입스위치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됐으나 토트넘은 수비라인을 낮게 내리고 페널티 지역 인근에서 패스길과 슈팅을 막는 것에 집중한 입스위치의 수비를 상대로 공격을 풀어나가기 어려워했다.
결국 토트넘을 계속 당황하게 만들었던 입스위치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27골을 기록했던 스모딕스의 득점포가 불을 뿜었다. 스모딕스는 전반 31분 카유스테의 크로스를 토트넘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으로 꽂아 넣으면서 토트넘을 좌절시켰다.
선제골을 내준 토트넘은 손흥민과 도미니크 솔란케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려고 했지만 입스위치가 전반전 초반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수비 전형을 펼치면서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간이 열릴 때에도 있었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반면 입스위치는 빠른 카운터어택으로 토트넘을 무너뜨렸다. 전반 43분 역습 상황에서 스모딕스의 낮은 크로스를 비카리오가 쳐냈으나 이 공이 드라구신에게 맞고 델랍에게 향했다. 델랍이 왼발로 강하게 차면서 볼이 골망을 출렁였다. 입스위치의 두 번째 골이 나왔다. 전반전은 토트넘이 0-2로 끌려간 채 마무리됐다.
후반전 분위기도 비슷했다. 2점 차 리드를 허용한 토트넘은 전반전보다 라인을 더 높게 끌어올려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 양쪽 측면 수비수인 포로와 우도기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 공격에 가담하면서 입스위치 수비를 흔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포로와 우도기의 오버래핑은 입스위치에 측면 역습 기회를 제공하는 빌미가 됐다. 입스위치는 빠른 속공을 통해 토트넘의 측면을 허물고 계속해서 홈팀을 위협했다.
토트넘이 추격의 불씨를 살린 건 후반 24분이었다. 코너킥에서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벤탄쿠르가 포로의 코너킥을 헤더로 돌려 놓으면서 추격골을 뽑아낸 것이다.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 지역부터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오가면서 토트넘의 공격과 수비를 모두 책임졌던 벤탄쿠르는 득점까지 터트리면서 토트넘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벤탄쿠르의 추격골 이후 공격의 고삐를 당긴 토트넘은 후반 39분 벤탄쿠르와 존슨을 이브 비수마와 제임스 매디슨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1점 차가 유지된 채 후반 막바지가 되자 센터백 로메로를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키면서 총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5분 입스위치 수비진의 실책으로 솔란케가 골문 정면에서 동점을 만들 절호의 찬스를 잡았지만 솔란케의 슈팅이 무리치 골키퍼의 다리에 막히면서 기회가 날아가는 등 결정력이 따르지 않았고, 결국 토트넘은 홈에서 승격팀 입스위치에 1-2로 패배하면서 입스위치의 첫 승 제물이 되고 말았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엔 야유가 쏟아졌다.
이날 선발 출전해 오랜만에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손흥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패배가 자신을 비롯한 선수들의 탓이라고 자책했다.
손흥민은 "정말 실망스럽다. 우리가 골을 넣기 전에도 몇 차례 기회가 있었다"면서 "실점을 내주면 안 되는 장면에서 부주의하게 실점을 허용했다. 단순히 실망스러운 감정을 넘어 우리의 경기력을 포함한 모든 점들을 두고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흥민은 이어 "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있지만 다른 선수가 좋은 위치에 있다면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며 "우리는 그런 상황이 있을 때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 오늘처럼 끌려가고 있을 때와 같은 경기를 하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회가 왔을 때 마무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며 "정말 슬프다. 모든 선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중이라 손흥민도 여러 번 사과를 전하고 있다. 지난 9월 북런던 더비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 패한 뒤 사과를 전한 손흥민은 이후에도 팀이 부진할 때마다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입스위치전에서도 손흥민이 미안함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