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잉글랜드와 독일 무대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선수들의 프랑스의 스타드브레스트에 모였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앙 돌풍에 이어, 이번 시즌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돌풍이다.
2024-2025 UCL 리그 페이즈가 절반 진행된 4라운드 현재, 브레스트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며 4위에 올라 있다. 3승 1무로 무패 행진 중이다. 지금 성적을 마지막 8라운드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상위 8팀에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잡을 수 있다.
대진운이 좋았던 건 사실이다. 이제까지 슈투름그라츠(오스트리아), 레드불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스파르타프라하(체코)를 꺾었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디펜딩챔피언 바이엘04레버쿠젠을 상대로도 1-1 무승부를 따냈기 때문에 무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브레스트는 한때 무리한 투자로 인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하부리그로 강등됐던 팀이다.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아마추어 무대에 머물렀고, 프로 팀으로서 차근차근 자격을 회복해 2019년에야 리그앙으로 승격할 수 있었다. 이후 후줄근한 경기장을 쓰는 등 최소한의 투자만으로 팀을 운영하면서 어느 팀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했다.
승격 후 만년 중하위권이던 브레스트는 유럽대항전에 한 번도 나간 적 없는 팀이었다. 그런데 지난 2023-2024시즌 리그앙 3위에 오르는 돌풍으로 UCL 진출권을 따냈다. 부자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것도 아니었다. 지역 자본가의 투자로 운영되고, 대부분 토박이인 스태프가 일하는 팀이다. 경기장이 너무 작고 낡아 UCL 홈 경기는 이웃 갱강의 18,000석 구장을 빌려 치르고 있다.
큰 투자 없이 최대한의 전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 번 실패를 겪었지만 리그 내 경쟁력이 검증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드필더 피에르 리멜루다. 리멜루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노리치시티로 이적한 적이 있지만, 한 시즌 만에 팀이 강등되자 브레스트로 합류했다. 탁월한 킥력을 지녔고 늘 성실한 리멜루는 UCL에서 레버쿠젠전 소중한 동점골을 넣었고, 4라운드 스파르타전 승리에도 기여하면서 UEFA가 선정한 4라운드 전체 베스트 라인업에 들었다. 현지 매체에서 "리멜루의 꾸준한 기여도는 킬리안 음바페보다 더 낫다"고 평가할 정도로 건실한 선수들이 중심이다.
스트라이커도 실패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지난 시즌 인테르밀란에서 임대해 활용했던 마르틴 사트리아노가 돌아가자, 뤼도비크 아조르크로 그 자리를 메웠다. 아조르크는 프랑스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2023년 1월 독일의 마인츠05로 이적했고, 당시 조규성을 놓친 마인츠의 차선책이었던 것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그러나 아조르크는 2023-2024시즌 마인츠에서 단 2골을 넣는 최악의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번 시즌 브레스트에서도 맹활약이라고 할 순 없지만 시즌 초반에 리그 2골, UCL 2도움을 기록하며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서 임대 온 준족의 공격수 압달라 시마가 아조르크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감독조차 아무도 성공할 줄 몰랐던 인물이다. 에릭 로이 감독은 13년 전 니스에서 짧은 감독 생활을 한 것 외에는 스포츠 디렉터 등 행정일만 했다. 니스를 그만둔 뒤에는 감독 시절의 근무행태 때문에 구단과 소송을 벌이기까지 했다. 2022-2023시즌 강등위기에 있던 브레스트에 부임한 로이는 빠르게 팀을 회복시켜 14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시즌 돌풍을 지휘하면서 나이는 많지만 지휘 경험은 일천한 '중고 신인' 지도자의 반란을 일으켰다.
진짜 시험은 11월 말부터다. 이제까지 대진이 비교적 쉬웠다는 건, 앞으로 강팀과 갖는 경기들이 기다린다는 뜻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 샤흐타르도네츠크(우크라이나), 레알마드리드(스페인)를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브레스트가 상대적 약팀들을 만났을 때 야무지게 승점 3점씩 벌어놓았기 때문에, 다가오는 일정에서 3~4점만 더 따낸다 해도 24강 안에 들어 토너먼트행 플레이오프 진출은 충분히 노릴 수 있다. 물론 바르셀로나 또는 레알을 상대로도 선전하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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