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너네 트럼프 같아" 훔멜스, 발롱도르 보이콧에 일침..."존중 부족이라고? 정말 무례하네"

입력
2024.11.02 09:50




[OSEN=고성환 기자] 마츠 훔멜스(36, AS로마)가 발롱도르 시상식을 보이콧한 레알 마드리드의 추태에 직격탄을 날렸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일(이하 한국시간) "훔멜스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발롱도르를 놓친 뒤 레알 마드리드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교하며 스페인 거함의 '무례'를 비난했다"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은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샤틀레 극장에서 2024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었다. 발롱도르는 직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축구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트로피다.

수상자는 로드리였다. 그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고 50경기에 나서서 9골 14도움을 기록했고, 맨시티 중원을 이끌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임을 증명했다. 맨시티는 로드리의 활약에 힘입어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리그(PL) 4연패라는 대기록을 썼다.

로드리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지난여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서 조별리그 3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중원을 휩쓸며 스페인 대표팀을 정상으로 안내했다. 로드리는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이르게 교체됐지만,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 결과 로드리는 생애 첫 발롱도르까지 손에 넣으며 꿈을 이뤘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상태인 그는 목발을 짚고 시상식에 나타났고, '라이베리아 축구 전설' 조지 웨아로부터 발롱도르를 건네받았다. 로드리는 최초의 1990년대생 발롱도르 수상자로 등극하면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사실 가장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는 로드리가 아닌 비니시우스였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 26경기에서 15골 6도움을 올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 우승에 힘을 보탰다. 또한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10경기 6골 5도움을 터트리며 팀에 15번째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비니시우스의 발롱도르 수상이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비니시우스는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소문도 등장했다. 각종 베팅 업체들도 그의 수상 가능성을 더 높게 내다봤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는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발롱도르 트로피를 로드리에게 내줬다. 만약 그가 받았다면 최초의 1990년대생 수상자보다 2000년대생 수상자가 더 빨리 등장할 수 있었지만, 영예의 주인공은 로드리였다.

비니시우스는 목발을 짚고 참석한 로드리와 달리 시상식에 아예 불참했다. 비니시우스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전체가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주드 벨링엄, 킬리엄 음바페, 다니 카르바할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나타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AFP 통신'을 통해 "수상 기준이 비니시우스를 수상자로 뽑지 않는다면, 같은 기준에서 카르바할을 수상자로 지목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발롱도르와 UEFA가 레알 마드리드를 존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 가지 않는다"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스페인 매체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 측은 비니시우스가 실력이 아닌 축구 외적인 요소에서 밀렸다고 믿고 있다. 그가 꾸준히 호소해 오던 인종차별 피해의 연장선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비니시우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필요하다면 10배로 하겠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시상식에서 3개의 상을 받았다. 음바페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최다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게르트 뮐러상'을 받았고, 올해의 팀도 수상했다. 안첼로티 감독도 요한 크루이프 상(올해의 감독)을 거머쥐며 최고의 감독으로 뽑혔다. 그러나 모두 불참했기에 현장에서 상을 건네받진 못했다.

뱅상 가르시아 프랑스 풋볼 편집장은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 반대 활동 때문에 발롱도르를 못 받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근소한 차이였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인 벨링엄과 카르바할이 상위 4위 안에 포함됐다. 그러면서 표가 분산됐을 것이다. 그래서 비니시우스가 표를 잃었다"라며 "레알 마드리드가 오지 않아 매우 불쾌했다"라고 밝혔다.



훔멜스도 레알 마드리드의 시상식 보이콧을 직격 비판했다. 그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존중 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약간 트럼프 같은 느낌이 든다. 안타깝게도 그곳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는 무례한 행동이다. 나쁜 일"이라고 꼬집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2020년 미국 대선 패배 후 부정 선거를 주장했던 트럼프에 빗댄 것.

또한 훔멜스는 "로드리는 FA컵에서 우승했고, 프리미어리그와 유로 2024도 우승했다. 지난 80경기 중에서 단 한 경기만 패했고, 중요한 골들을 넣었다"라며 "레알 마드리드의 누군가도 발롱도르를 받을 자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다른 놀라운 선수들도 있다. 그들 모두 훌륭하다"라고 덧붙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존중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훔멜스는 "그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건 정말 비열한 일이다. 부당한 대우라면 국제 무대에서 더 불리한 대우를 받았던 팀들도 있다. 이렇게 표현하겠다"라고 일침했다.

한편 훔멜스는 지난 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UCL 준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팀 동료 아르템 도우비크와 함께 발롱도르 공동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발롱도르 꼴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꼴찌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발롱도르, UEFA,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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