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믿어도 되나.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갑자기 입담꾼으로 변했다. 라이벌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패했는데 올시즌 우승할 거라고 장담했다.
토트넘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아스널에 0-1로 졌다.
토트넘은 3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 이어 2연패를 당해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토트넘은 1승 1무 2패로 승점 4에 그쳐 있다. 아스널(3승 1무)은 승점 10을 쌓아 2위로 올라 섰다.
토트넘은 어느 덧 20개팀 중 13위까지 추락했다. 우승이나 상위권 경쟁이 아니라 초반부터 강등권 다툼에 내몰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토트넘은 지난 4월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피스로 두 골을 내주는 등 졸전 끝에 2-3으로 졌다.
이날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여러 번의 공격 찬스를 허무하게 날린 토트넘은 후반 19분 원정팀 수비수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줬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오른쪽 구석에서 차 올린 공을 문전에서 뛰어 오른 마갈량이스가 강력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어 승부를 갈랐다. 토트넘 선수들이 마르티넬리가 코너킥을 찰 때 골문 가까운 쪽에 신경쓰는 사이 뒤에서 달려들어오는 마갈량이스를 놓치고 말았다. 세트피스 공격에 강한 아스널이 웃는 순간이었다.
경기 뒤 세트피스 수비에 고질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토트넘 전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번 당했는데 또 당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십자포화를 얻어맞았다. 언론은 물론이고 주장 손흥민도 "세트피스 수비에 또 실점했다"며 탄식했다.
그런 가운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승을 얘기한 것이다. 토트넘 팬들이라면 '열불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스널전 직후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이 시즌 전에 했던 "난 두번째 시즌에 대개(usually) 무언가를 우승한다"는 발언이 유효한지를 질문 받았다.
13위까지 떨어졌는데 그 말이 맞겠는가라는 의심이 담긴 질문이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거꾸로 받아쳤다. 그는 "그 말을 정정하겠다"며 "난 두번째 시즌에 대개 무언가를 우승하는게 아니다. 두번째 시즌에는 항상(always) 무언가를 우승한다.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우승하죠.
사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행적을 보면 그 말은 틀린 것은 아니다.
1996년 호주 구단 사우스멜버른 지휘봉을 잡은 뒤 이듬해인 1997년 내셔널 사커리그 프리미어십 우승을 이끌었다. 2009년 브리즈번 로어를 맡은 뒤엔 호주 1부리그인 A리그 우승을 2010-2011시즌에 만들어냈다.
2013년 10월엔 호주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는데 2015년 1월 한국을 결승에서 누르고 아시안컵 정상에 올랐다. 2018년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사령탑에 오른 그는 역시 이듬해인 2019년 J리그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1년 여름 스코틀랜드 셀틱을 통해 서유럽 리그에 처음 도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첫 시즌 바로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우승을 차지하더니 다음 시즌엔 스코틀랜드 3개 시즌을 모두 석권,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토트넘에 온 것이다. 토트넘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와 FA컵, 리그컵,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등 4개 대회에 출전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의 말대로 한 개 이상의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최근 부진과 맞물려 더욱 궁금하게 됐다.
참고로 토트넘은 2008년 2월 리그컵 정상에 오른 것이 21세기 유일한 우승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