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손아섭(NC 다이너스)은 뺏기면 안 됐다.”
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레전드, 이대호(42)가 21일 유튜브 채널 방송대 지식+에 출연, 친정 롯데에 애정 가득한 일갈을 쏟아냈다. 친정팀을 겨냥한 쓴소리를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최대한 순화해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이대호는 롯데가 1992년 이후 3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일단 투자인 것 같다. 정말 팀에서 헌신하고 고생했던 좋은 선수들을 (FA 시장에서)뺏기고, 뒤늦게 다른 돈을 쓴다. 더 많은 돈을 써서, 더 좋은 선수를 잡아야 하는데 항상 조금 떨어지는 선수들을 잡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왕 잡을거면 리그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를 잡고, 이왕 돈을 쓸 거면, 외국인선수도 돈을 써서 좋은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데 항상 싸게 데려와서 못하면 또 바꾼다. 그것보다는 쓸 때 그냥 쓰는 게 낫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이대호는 “강민호와 손아섭을 뺏기면 안 됐다. 일단 강민호가 나가면서 롯데가 암흑기에 빠졌다. 포수가 없어서 몇 년간 힘들었다. 아섭이도 나갔고 나도 은퇴했지만, 밑에 선수들만 키워서 언제 우승하나”라고 했다.
또한, 이대호는 “지금 삼성, 한화 같은 다른 팀들은 좋은 선수들을 딱 뽑는다. 그런데 롯데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7등을 했는데 보강된 게 없다. 다른 팀들은 보강하는데 (롯데는)선수들이 잘 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롯데가 과거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꼭 잡아야 할 선수를 놓친 뒤 약간 기량이 부족한 선수를 잡고, 또 그 선수가 활약을 제대로 못하면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그 포지션에서 육성도 효율적으로 못했던 과거가 있다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단, 박준혁 단장 부임 이후 체질개선을 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번 FA 시장의 경우, 내부 FA 김원중을 4년 54억원, 구승민을 2+2년 21억원에 붙잡았다. 그러나 외부 FA 영입은 주저했다. 이번 FA 시장이 예년에 비해 아주 풀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롯데에 필요한 선수들은 있어 보인다.
그런데 KBO가 지난 1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롯데의 올 시즌 연봉 상위 40인의 총액이 111억5018만원으로 경쟁균형세 상한액에 단 2억7620만원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됐다. 때문에 이번 FA 시장에서 외부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건 이해된다. 경쟁균형세를 두 번 위반해야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에 데미지를 입지만, 구단들은 한 번 위반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어느 팀이든 불가피하게 위반 사례가 나올 수도 있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올해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면서 야수 주전을 확실하게 갖춘 게 최대 수확이다. 1루수 나승엽, 2루수 고승민, 3루수 손호영, 유격수 박승욱이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외야에도 윤동희가 2년 연속 자리를 지키면서 국가대표팀까지 갔다. 황성빈도 발굴했다. 이들이 2~3년 더 꾸준해야 애버리지가 생기지만, 일단 출발은 좋다. 무엇보다 김태형 감독이 팀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앞으로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롯데가 레전드의 애정 어린 쓴소리를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본래 조직은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단단해지는 법이다. 이대호가 친정을 ‘찐’으로 사랑하기에,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얘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