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을 보낸 김하성(29)이 처음으로 FA 자격을 갖췄다. 1억 달러 이상의 금액에 장기 계약도 가능 보였던 FA 전망은 '어깨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등장하면서 급격히 어두워졌다.
냉정하기만 했던 현지 매체들의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현실적인 계약규모를 언급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1,000만 달러(약 140억 원)까지 떨어졌던 연평균 금액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받지 못한 퀄리파잉 오퍼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6일(이하 한국 시간) 메이저리그 FA 상위 50명의 순위를 매기고 계약 규모까지 전망했다. 매체는 김하성을 25위에 올려놓으며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고 언급했다.
'ESPN'은 "김하성은 평균 이상의 수비형 유격수다. 3년 연속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과 주루 능력을 보여준 선수"라며 "어깨 수술을 받은 김하성은 2025시즌 초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때문에 1년 계약이나 퀄리파잉 오퍼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2024시즌 전 예상됐던 5년, 1억 달러 이상 계약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며 김하성의 FA 계약 규모를 2년 4,210만 달러(약 590억 원)로 예상했다. 퀄리파잉 오퍼'금액인 2,105만 달러(약 295억 원)를 연평균 금액 기준으로 잡은 셈이다.
시즌 전, 아니 불과 몇 개월 전 김하성이 다치기 전까지만 해도 FA 전망은 매우 밝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가능한 예비 FA 자원으로 평가받은 김하성은 지난 8월 미국 'ESPN'이 분류한 예비 FA 등급에서도 1억 달러(1,401억 원)에서 2억 달러(2,802억 원) 사이 규모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는 '티어3'에 이름을 올리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른쪽 어깨 수술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지난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귀루 도중 어깨를 다친 김하성은 결국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2024시즌 121경기 타율 0.233(403타수 94안타) 11홈런 47타점 22도루 OPS 0.700의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한 김하성은 어깨 수술까지 받아 2025시즌 어느 시점에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지난 10월 14일 '스포팅뉴스'가 김하성의 계약 규모를 시즌 전 평가에 비해 절반 정도인 5년 6,300만 달러(약 883억 원)로 예상한 데 이어 22일 '블리처 리포트'는 4년 4,900만 달러(약 686억 원)로 더 짧은 계약 기간과 연평균 금액을 전망했다. '디 애슬레틱'의 전직 단장 출신 짐 보우덴은 1년 1,000만 달러(약 138억 원)의 사실상 FA 재수에 가까운 계약을 예상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11월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접어들자 김하성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1일 '뉴욕 타임스'는 "건강한 김하성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유격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6년에 연평균 3,000만 달러(약 420억 원) 수준의 엄청난 계약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6년 총액 기준으로 하면 1억 8,000만 달러(약 2,522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다만 매체는 '부상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만약 김하성이 다치지 않았다면 기존의 평가대로 충분히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매체들은 여전히 장기계약은 힘들다는 예상이지만, 연평균 금액에 있어서는 더 나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디 애슬레틱'의 팀 브리튼은 김하성의 FA 계약 규모를 2년 3,600만 달러(약 504억 원), 연평균 1,800만 달러(약 251억 원)로 예상했다. 이어 6일 ESPN의 연평균 2,105만 달러(약 295억 원) 전망까지 연평균 2,000만 달러 내외로 김하성의 몸값이 매겨지고 있다. 부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보여준 김하성의 공수주에서 다재다능함, 주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사이 널뛰는 FA 몸값 전망 속에 김하성이 새롭게 손을 잡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근 보라스는 장기계약이 잘 성사되지 않을 경우 연평균 금액을 높이고 옵션이 포함된 단기계약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경우를 자주 보여줬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블레이크 스넬(2년 6,200만 달러), 맷 채프먼(3년 5,400만 달러) 등은 단기 계약을 맺으며 옵트 아웃 조건을 설정했고, 조던 몽고메리는 아예 1년(2,500만 달러) 계약을 맺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계약들이 성사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하성의 계약 역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과연 '악마의 에이전트' 보라스는 김하성에게 어떤 FA 계약을 안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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