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쿠바 특급의 투혼이 1위 팀을 흔들었다.
이영택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지난 7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9, 25-18, 22-25, 21-25, 15-13)로 승리하며 길었던 14연패에서 벗어났다. 67일 만에 승리.
GS칼텍스는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 승리 이후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고 14경기를 연속으로 졌다. 주축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 호주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스테파니 와일러(등록명 와일러)는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떠났다. 1승 17패 승점 6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올스타 휴식기 기간, GS칼텍스는 지옥훈련을 소화하며 후반기를 대비했다.
이날 경기는 확실히 달랐다. 베트남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 뚜이 트란(등록명 뚜이)이 합류해 뛰었다. 많은 득점은 아니지만 5점을 올렸다. 유서연과 권민지도 함께 뛰면서 각각 10점, 7점을 기록했다. 이제는 GS칼텍스의 주전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오세연은 블로킹 5개 포함 11점으로 활약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경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이 선수를 빼놓고 GS칼텍스의 승리를 논할 수 없다. 바로 에이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 실바는 이날 블로킹 2개-서브 1개 포함 무려 51점을 올렸다. 공격 점유율이 무려 57.14였다. 그럼에도 공격 성공률은 57.14%. 그야말로 투혼에 투혼을 보여준 셈이다.
V-리그 출범 후 여자부에서 50점 이상을 기록한 사례는 실바 제외, 총 20번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50점을 넘긴 선수는 정관장의 전신인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발렌티나 디우프(등록명 디우프). 디우프는 2021년 2월 26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54점의 괴력을 보여준 바 있다. 디우프 이후 1442일 만에 50점을 넘긴 선수가 등장한 것이다. 참고로 실바의 51점은 V-리그 역대 여자부 한 경기 최다 득점 14위에 해당된다.
실바의 활약과 함께 GS칼텍스는 풀세트 혈투 끝에 1위 팀을 잡았다. 이영택 감독을 비롯한 GS칼텍스 선수단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실바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코트 들어오기 전에 이기고 싶은 분노의 감정이 있었다. 함께해 준 팀원들에게 고맙다"라며 "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실바는 지난 시즌 처음 V-리그 무대를 누볐다. 2023-2024시즌 36경기(131세트) 1005점 공격 성공률 46.8% 세트당 서브 0.359개를 기록했다. 리그 득점-공격 성공률-서브 1위에 올랐다. 또 시즌 종료 후 리그 베스트7 아포짓 스파이커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15경기 420점 공격 성공률 43.05% 세트당 서브 0.429개를 기록 중이다. 득점-서브 2위, 공격 성공률 3위. 발목 부상 여파로 4경기 결장하기도 했지만, GS칼텍스가 경기를 풀어가는 데 실바의 힘은 절대적이다.
실바에게 있어 힘이 되는 존재는 역시 가족. 실바는 남편, 딸 시아나와 함께 구단의 지원 속에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홈경기가 열릴 때는 딸과 남편이 찾아와 실바를 응원한다. 흥국생명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바는 지난해 구단 미디어데이 때 "물론 엄마 역할을 하며 선수로 뛰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러나 남편이 있다. 그래서 더 힘을 내 훈련하고 있다.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가족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낸다"라고 의지를 다졌었다.
또한 그는 GS칼텍스의 맏언니다. 정대영, 한수지가 은퇴를 하면서 GS칼텍스 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실바다. 강소휘(한국도로공사), 한다혜(페퍼저축은행)까지 이적을 하면서 팀의 구심점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선수도 실바다. 리빌딩을 꾀하고 있는 구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영택 감독은 "실바는 다른 팀에서 있을 때도 ‘잘하는 선수구나’라고 느끼고 있었다. 막상 해보니 충분히 기대를 해야 될 선수라는 걸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몸 관리만 잘 한다면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51점이라는 투혼을 보여주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끈 실바, 엄마 그리고 맏언니의 힘은 대단했다.
실바의 활약 속에 GS칼텍스는 웃었지만, 문제는 흥국생명.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등록명 투트쿠)가 무릎 부상으로 빠지고, 마르타 마테이코(등록명 마테이코)가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왔지만 3점에 그쳤다. 팀 훈련에 합류한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수치. 흥국생명은 최근 5경기 1승 4패라는 아쉬운 성적 속에 1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