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기와 권준형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오랜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이제는 지도자로서 다시 코트에 오르고자 한다. 이들은 최근 우연한 기회로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그 첫발을 뗄 기회를 잡았다. 일본 팀 코치가 된 최석기, 권준형의 이야기를 담았다.
“은퇴 후에도 배구 생각만 나더라”
최석기와 권준형은 은퇴 후 지도자로서 길을 모색하던 중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의 ‘유망 지도자 육성 해외연수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 리그 코치 기회를 얻었다. 지난 10월 1일부터 나란히 각각 홋카이도 옐로우 스타즈와 도쿄 NEC 레드 로켓츠 소속으로 코치직을 시작했다. 활동 기간은 이듬해 4월까지다. 사실상 한 시즌을 전부 소화하는 일정이다. 항공권과 체재비 또한 KOVO가 지원한다.
Q. 은퇴 후 어떻게 지냈나.
최석기 치열하게 살았다. 올해 초 우리카드에서 은퇴한 뒤 정말 다양한 일에 도전했다. 우리카드 유소년배구클럽에서도 일했고, 지인 소개로 입주 박람회에서 가정용 욕실 환풍기를 판 적도 있다. 대한체육회에서 진행하는 은퇴 선수 지원 사업에도 참여했다. (현장 판매,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엔 어려웠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보셨는지 대표님이 다른 박람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부르시더라. 자랑은 아니지만 세 번 가는 동안 다 합쳐서 100대 이상은 팔았다(웃음).
권준형 누구든 은퇴하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거다. 결국 배구인이라면 좋아하는 것도 배구, 잘하는 것도 배구지 않나. 평생 배구만 했는데도 계속 배구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주말마다 PVC라는 배구센터에서 일했다. 또 교원자격증이 있어서 평일에는 기간제교사나 스포츠 강사 등도 병행했다.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잘 맞았는지?) 되게 잘 맞는다고 느꼈다. 은퇴 전에도 지도자 생각이 있었는데 직접 비슷한 일을 하면서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
Q. 원래도 지도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최 물론이다. 감사하게도 은퇴했는데도 우리카드에서 프런트부터 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많이 도와주셨다. 그만큼 나도 열정을 보이니 김재헌 코치님도 계속 개인 시간을 할애해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시더라. 일주일에 한 번 코치님이 계신 곳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 가 전력 분석 수업을 들었다. 실시간 타이핑은 아직 쉽지 않지만 어떻게 코드를 넣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웬만한 건 배웠다. 그런 와중 생활을 위해 배구와 관련되지 않은 일까지 병행하면서 내가 정말 배구를 사랑한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배구가 가장 재밌다(웃음).
권 아까도 말했다시피 은퇴 후에도 배구 생각만 났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꼭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이번에 KOVO에서 진행하는 해외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 공고를 보게 됐다. 일본에서 반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꿈을 위해 지원했다. 지금도 가족 생각이 많이 난다. 그래도 좋은 기회라 여기고 열심히 코치 일을 배우고 있다.
Q. 선발 과정도 궁금하다.
권 1차로 서류 전형에서 합격한 뒤 2차로 면접을 봐 최종 합격했다. 나의 어떤 점을 좋게 봤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연맹에서는 ‘이 사람이 한 시즌 동안 일본 생활을 잘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려 했던 것 같다. 되게 포괄적인 말인데, 지원자의 열의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본에서 잘 적응할지까지 다양한 기준을 놓고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지에서 얻은 새 이름, ‘석기형’ 그리고 ‘준씨’
일본 리그는 현재 SV.리그와 V.리그로 구분돼 있다. SV가 상위, V가 하위 리그이며 승강제는 없다. 2023년까진 V1~3으로 나뉘었는데 지난해 들어 V1이 SV로, V2~3이 V로 통합됐다. 일본배구리그기구가 SV.리그를 새롭게 선보인 이유는 자국 리그를 “세계 최고의 리그”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아직은 실업 형태에 가까운 리그를 장차 프로화할 계획에 있다. 또 각 팀에서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등 리그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움직임도 벌써 엿보인다. 최석기가 속한 남자팀 옐로우 스타즈는 V.리그, 권준형이 있는 여자팀 NEC 레드 로켓츠는 SV.리그에 각각 가입돼 있다.
Q. 일본에서는 뭐라고 불리나.
최 ‘석기형’이라고 불린다. 여기에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에서 뛰었던 오타케 잇세이(도쿄 그레이트 베어스) 있지 않나. 그와 우리카드에서 같이 생활할 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 팀에 오타케의 대학교 후배들이 몇 명 있더라. 오타케를 통해 그와 내가 친하다는 얘기를 먼저 들은 것 같다. 그래서 팀에 그런 소식이 퍼졌었는지 처음 팀에 왔을 때 감독님도 나한테 한국에서 오타케가 나를 어떻게 불렀는지 물어보셨다. 있는 그대로 ‘석기형’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별명이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동료 코치들, 감독님까지 전부 나를 ‘석기형’이라 부른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감독님보다 나이가 많긴 하다(웃음).
권 일본에서는 누군갈 부를 때 높임 표현으로 끝에 ‘상’을 붙이지 않나. 그래서 처음에는 ‘준상’이라고 불렸다. 이후 팀에서 코치로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니 다들 먼저 내게 다가와 말을 걸더라.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면서 한국에서는 ‘상’을 어떻게 말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가장 비슷한 표현이 ‘씨’인 것 같아서 그렇게 알려줬다. 어쩌다 보니 ‘준씨’가 됐다.
Q. 팀에서 역할도 궁금하다.
최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감독님, 다른 코치들, 전력 분석관과 함께 경기 전후 분석뿐만 아니라 그걸 실제로 다음 훈련 때 어떻게 적용할 건지도 같이 얘기를 나눈다. 이를 바탕으로 팀훈련 때도 코치로서 선수들을 직접 지도한다. 단순히 연수생이 아니라 실질적인 코치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 동료 코치 중 한 명이 현직 교사라 낮에는 나 포함 코치가 두 명밖에 없다. 코치로서 많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웃음).
권 NEC라는 팀은 일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팀이다. 지금은 은퇴한 코가 사리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었다. 이런 수준 있는 팀에서 배우기도 많이 배우면서 실제로 코치로서도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훈련 때는 다른 코치들과 함께 선수들을 지도하고, 경기 때는 세터 출신인 만큼 상대 세터의 패턴을 분석하는 일을 수행한다.
Q. 생각보다 본격적이다.
최 그런 거 같다(웃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팀에서 많은 역할을 준 건 아니다. 팀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일부러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고, 감사하게도 감독님도 내 능력을 좋게 평가해 주셨다. 특히 내가 볼 때리는 걸 처음 보시고는 정말 미들블로커 출신이 맞는지 물어보시더라(웃음). 그때 이후로 하도 선수들한테 볼을 많이 때려줘서 지금은 볼 때려주는 기계가 됐다. 경기 직전 공식 훈련 때도 선수들에게 직접 볼을 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 훈련시설이 한국만큼 좋지 않아서 뜀틀 위에 올라서서 볼을 때려줘야 한다. 거의 묘기다(웃음). 선수 때도 나름 볼 때리는 데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훨씬 잘 때리는 거 같다.
권 사실 여기서 되게 악착같이 지내고 있다. 열심히 해서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이번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KOVO에서도 처음 진행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일본 구단에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 하는 것도 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누가 오게 된다면 보다 좋은 대우를 받을 거 아닌가. 선발대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노력이 눈에 보이시는지 감독님도 내게 점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고 계신다.
Q. 일본 리그도 궁금하다.
최 기본적으로 실업 배구 형태를 띠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구단 모기업에서 직장 생활과 선수 생활하다가 은퇴 후에는 회사에 완전히 정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구단마다 프로 계약을 맺은 선수도 있다. 실력이 좋다고 프로 계약을 맺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프로 계약을 맺으면 은퇴 후 진로가 불확실하니 구단에서 선수에게 직접 선택하게끔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내가 있는 팀 같은 경우는 하나의 기업이 아닌, 여러 회사가 함께 구단을 운영하는 구조다. 그래서 선수마다 다니는 회사가 다르다. 그래서 이런 팀에 속한 선수들은 유니폼에 여러 회사 이름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권 실업 선수들이 많다 보니 팀 훈련은 저녁에 진행한다. 물론 프로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낮부터 나와 따로 훈련한다. 그리고 일본 리그는 경기가 주말에만 있다. 이 역시 실업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 SV.리그와 V.리그 간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도 처음엔 신기했다. 우리 팀만 해도 지난 시즌 V2.리그 우승팀인데 승격을 스스로 포기했다(SV.리그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 시즌까지는 승강제가 존재했다). 우리 말고도 이런 팀이 더 있다. 그리고 얼마 전 프리시즌 때 한 SV.리그 팀과 연습경기를 했는데 우리가 압도적으로 이기기도 했다. 또 팀 수도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 SV.리그에만 남녀부 각 10개, 14개 팀이 있다. 내가 있는 V.리그 남자부는 16개 팀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 달리 일본은 동부와 서부 각 8개 팀씩 나뉘어 시즌을 치른 뒤 이후 각 지구 1~2위 팀끼리 우승컵을 놓고 한 번 더 크로스 매치를 치르는 구조다.
최석기·권준형이 바라본 韓日 배구 차이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은 국제배구 무대에서 호각을 이뤘다. 그러나 이후 일본배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국 간 격차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을 만큼 벌어졌다. 이러한 배경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일본의 생활체육 인프라다. 일본은 학교마다 부카츠(部活)라는 독특한 동아리 문화가 발달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동아리와는 그 수준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이를 흔히 서클(サークル)이라고 부른다. 부카츠는 그보다 훨씬 상위 개념이다. 각 부 하나하나가 학교를 대표하는 집단이라 여겨지며, 같은 맥락에서 생활체육 이상의 전문성을 띤다. 일본 학생들 대다수가 이런 부카츠에 참여하고 있고, 배구는 그 안에서도 인기가 많은 종목이다. 일본배구가 한국보다 두터운 인재풀을 형성한 밑바탕이다.
Q. 한일 간 배구 인프라 차이는 어떤가.
최 솔직히 말하자면 훈련시설 같은 물적 인프라는 한국이 훨씬 좋다. 그래서 처음 왔을 때 반성도 많이 했다. 나 정도면 되게 편하고 좋은 곳에서 운동했구나 싶었다. 아까 뜀틀에서 선수들에게 볼을 때려준다고 했는데 거짓말이 아니다. 심지어 지금 내가 있는 팀은 전용 훈련 구장도 없다. 그러나 인적 인프라는 일본이 압도적이다. 현재 ‘전 일본 고등학교 배구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인데, 홋카이도 지역 예선 엔트리에 포함된 팀만 30개 팀이다. 그마저도 100개가 넘는 팀이 선발전을 거쳐 30개 팀으로 줄어든 거다. 다시 말하지만 홋카이도만이다.
권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하는 걸 보면 일본만의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이 있다. 끈질긴 수비와 굉장히 짜임새 있고 정교한 공격이 큰 특징이다. 기본적이라는 흔히 우리가 ‘스피드 배구’라고 일컫는 것들인데, 거기서 일본만의 색채가 더 짙어진 느낌이다. 그런데 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표팀뿐만 아니라 일본 리그에 있는 팀 대다수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심지어 학교 팀들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일본 리그에도 지금 한국처럼 외국인 감독들이 많다. 그럼에도 ‘일본만의 배구’가 여전히 강세다. 신기하다.
Q. 선수 개개인 수준에서도 격차가 있나.
권 내가 느끼기엔 일본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보다 볼을 다루는 섬세함이 약간 더 나은 건 맞다. 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진 않다. 그러나 ‘기본기’에 대한 관점은 꽤 다른 듯하다. 리바운드 플레이와 그에 맞는 어택커버라든지 이런 게 저연차 선수들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된다. 지금 일본 대표팀이 하는 대부분의 패턴 플레이가 자국 선수들에게는 ‘기본기’처럼 인식되고 있다.
최 솔직히 개개인 수준만 놓고 보면 일본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보다 월등히 잘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징이 다를 뿐이지 전반적인 기량 자체는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보다 배구 인구가 훨씬 많다. 똑같이 ‘만분의 일’의 재능을 가진 선수가 한국에는 1명 있을 때 일본은 많게는 10명까지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그 10명 중에서 또 ‘십분의 일’이 나타난다. 실제로 일본 남자배구를 보면 이시카와 유키(페루자), 니시다 유지(오사카 블루테온), 다카하시 란(산토리 선버즈) 등 특급 재능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Q. 훈련 분위기가 한국과 다르다고 들었다.
권 직접 겪은 바로는 일본배구라고 해서 한국보다 무조건 나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훈련 분위기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굉장히 능동적이다. 예컨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부족한 점을 스스로 채우려는 자세가 확실히 있다. 훈련할 때 눈빛이 정말 좋다. 그리고 또 훈련 자체가 정말 디테일하고 다양하다. 하이볼 처리 훈련만 봐도 코치들이 공을 감거나 일부러 부정확하게 보내 선수들이 해결하기 어렵게 올려준다. 그리고 어떤 훈련이든 블로킹 벽을 꼭 세워 놓는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일본은 기본에 굉장히 충실하고 꼼꼼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태도는 확실히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동감이다. 자체 연습경기 때만 봐도 선수들이 얼마나 주도적인지 알 수 있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이 알아서 모여 경기를 분석한다. 자기들끼리 ‘다음 세트는 이렇게 해볼까?’ 이런 식으로 항상 얘기를 나눈다. 섬세하다 못해 집착에 가까울 만큼 디테일하게 훈련 상황을 설정해 놓는 것도 놀란 부분이었다.
Q. 외국인 선수도 한국보다 많다.
권 일본 리그는 팀당 외국인 선수 2명에 아시아 쿼터 1명까지 데리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알기론 모든 팀이 3명을 꽉 채워 영입하는 건 또 아니다. 팀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들었다. 또 외국인 선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국 선수와 번갈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본 리그가 주말 2연전을 치르는 게 가장 큰 이유겠고, 섬세한 패턴 플레이를 추구하는 일본배구 특성상 자국 선수만이 코트에서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을 거라고 본다. 또 한국과 달리 일본은 SV.리그뿐만 아니라 V.리그도 있다. SV.리그에서 기회를 못 잡은 선수들은 같은 리그 내 다른 팀이나 V.리그로 팀을 옮기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는 토종 선수들이 성장하기에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은 환경이라 생각한다.
“일본 코치 생활 통해 시야 넓어져”
Q. 벌써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낀 것 같다.
권 여기서 보고 듣고 배우는 걸 하나도 까먹지 않으려 매일 일지를 쓴다. 또 한국과 일본의 배구에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계속 살핀다. 배울 건 확실하게 배우고, 동시에 한국이 더 나은 부분은 무엇인지 계속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팀에서도 많은 기회를 줘 ‘정말 내가 이 팀의 코치구나’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많이 배우고 있다. 전술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일본배구 시스템,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마음가짐까지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다.
최 이제 고작 한두 달 있었는데도 이곳에서 보고 배운 게 정말 많다. 더욱이 지금 준형이나 나나 단순히 ‘코치 체험’을 하는 게 아니다.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며 피부로 일본배구를 느끼고 있다.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웬만한 건 흡수하지 않을까 싶다. 또 개인적으로는 팀에 이탈리아 출신 코치가 있어서 이탈리아 배구에 관해서도 많은 얘기를 접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한국의 배구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다.
Q. 일본 생활, 훗날 지도자로서 큰 무기가 될 것 같다.
최 나 또한 그럴 거라 확신한다.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 일본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진배구를 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도 있지만 한국이 더 나은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부분들을 여기에 있는 동안 비교 분석해 나중에 꼭 ‘한국만의 배구’를 확립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일본 코치 생활이라는 게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지 않은가. 이곳에서 나만의 무기를 갖춰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권 일본에 있는 동안 어떻게 하면 한국배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을까. 매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답은 없겠지만 참고할 만한 것들을 이곳에서 배워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유연한 사고야말로 좋은 지도자로서 필수 덕목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정말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일본 코치 생활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이 경험을 살려 훗날 선수들에게도 다양성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본인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