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김아인(수원)]
이재성이 한국의 잔디 문제에 대해 작심발언을 남겼다. 이재성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이기에 더 무겁게 들리는 이유가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8차전에서 요르단과 격돌한다. 한국은 4승 3무(승점 15)로 1위, 요르단은 3승 3무 1패(승점 12)로 2위에 위치해 있다.
오만전 이후 국내 잔디 상태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커졌다. 이미 K리그에서 크게 논란이 됐고 3월 A매치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고양종합운동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연전을 치르게 됐다. 당초 최상의 잔디 상태라고 알려졌지만 오만전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이 한파와 폭설 등으로 나빠지면서 선수단 경기력과 부상에 영향을 줬다. 경기 후 오만 감독은 물론 손흥민, 백승호, 주민규 등 선수들이 입을 모아 잔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잔디는 그동안 국내 축구 고질적인 문제였다. 예전부터 많은 축구계 유명인사들이 잔디 상태를 지적했고 지난해 9월에도 주장 손흥민이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은 최근 들어 홈 경기가 원정 경기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최상의 잔디였던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가진 이라크와의 4차전을 제외하면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도 0-0 무승부였다. 지난해 3월 FIFA 랭킹 94위 태국과의 2차 예선은 서울 홈에서 1-1 비긴 반면 원정에서 3-0 승리하며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오만전 무승부로 요르단전 결과가 더 중요해졌는데 '잔디'라는 경기 외적인 변수까지 대표팀이 신경쓰고 있다. 핵심 풀백 설영우는 "(오만전 잔디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나도 K리그를 떠난 지 얼마 안 된 선수이긴 하지만, 유럽에서 뛰다 오니까 잔디가 (뛰기에)많이 힘들었다. 부상 당할까봐 겁이 났다"고 아쉬워하면서, "아무래도 공을 받을 때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으면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일어난다. 선수로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주장 이재성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잔디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작심한 듯 강하게 이야기했다. 이재성은 "경기 하루 앞두고 잔디, 환경 문제 이야기하는 게 너무 안타까운 현실 같다. 핑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많은 부분들이 경기력에 지장 간다. 선수들도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거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K리그에서도 뛰어봤지만 지난 시간보다 더 환경이 나아졌어야 하는데 더 안좋아졌다는 게 안타깝다. 호텔에서 성남FC 훈련장이 보이는데 K리그 선수들이 좋은 환경 아닌데서 하고 있는 게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이 요르단전을 위해 묵고 있는 숙소에서는 성남 클럽하우스와 훈련장 전경이 보인다. 이재성은 후배들이 좋지 않은 그라운드에서 훈련하고 있는 것을 걱정스럽게 생각했다.

계속해서 이재성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과연 K리그 복귀하는 것에 망설여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의견 내고 싶다. 환경적인 문제에서 많은 분들 노력하고 있는 거 알지만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게 따라줘야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와 팬들 즐겁게 해줄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이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욱 무겁게 들렸다.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은 지난 2014년 전북 현대에서 데뷔한 K리그 출신이다. 신인 시절부터 K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거듭났고 2018년 독일 무대로 진출했다. 그는 프리시즌 기간마다 전북을 방문하며 여전히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고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제나 긍정적으로 대답하곤 했다.
그런 이재성이 K리그를 떠난 지 약 7년이 지난 시점에서 K리그 잔디가 더 나빠졌다고 지적하는 현실은 씁쓸하다. 여기에 대표팀 '천사표'로 알려져 있는 이재성이 평소답지 않은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그만큼 한국의 잔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저작권자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