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수원, 이후광 기자]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내세운 두산의 시즌 출발이 우울하다. 마운드 핵심 요원들의 줄부상 속 개막 3연패 수렁에 빠졌는데 외국인 에이스 차례가 올 때까지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3-8 완패를 당했다.
지난 주말 인천에서 SSG 랜더스에 개막시리즈를 모두 내준 두산은 3연패 수렁에 빠지며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공동 9위로 내려앉았다. 개막 후 3경기가 펼쳐진 가운데 아직 첫 승을 맛보지 못한 팀은 두산과 키움 뿐이다.
두산의 이날 선발은 최원준. 원래 ‘마법사 킬러’로 유명한 토종 에이스 곽빈의 등판 차례였지만, 개막 직전 내복사근이 부분 손상되는 악재가 발생하며 5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최원준이 대체 선발로 나서게 됐다.
경기에 앞서 “필승조 자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최원준이 최소 6이닝을 책임져줘야 한다. 그래도 계속 선발을 준비했고, 시범경기 때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그 컨디션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라고 최원준에게 신뢰를 보낸 이승엽 감독. 그러나 5선발 경쟁을 펼친 선수가 토종 에이스 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1회말 무사 1, 2루 위기를 간신히 넘긴 최원준은 2회말 선두타자 천성호의 2루타로 처한 1사 3루에서 배정대 상대로 1타점 선제 2루타를 헌납했다. 3루 견제를 통해 2루주자 배정대의 도루를 저지했으나 타석에 있던 김상수에게 좌전안타를 맞았고, 곧바로 강백호 상대 뼈아픈 우월 2점홈런을 허용했다.

최원준은 3회말과 4회말을 무실점 막아냈으나 투구수가 84개에 달하며 5회말 시작과 함께 김호준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원준의 기록은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 곽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5회말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개막 엔트리 승선의 꿈을 이룬 김호준이 강백호를 헛스윙 삼진, 멜 로하스 주니어를 1루수 땅볼로 잡을 때만 해도 이승엽 감독의 용병술이 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허경민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헌납했고, 김민혁에게 안타를 맞아 최준호와 교체됐다.
최준호 또한 흔들렸다. 장성우를 스트레이트 볼넷, 천성호를 사구로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가운데 황재균 상대 3타점 싹쓸이 2루타, 배정대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연달아 맞고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개막 직전 곽빈과 더불어 필승조 홍건희 또한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개막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좌완 필승조 이병헌마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장염 증세로 1군 말소됐다. 이승엽 감독은 최원준이 내려간 뒤 급한대로 김호준, 최준호 카드로 KT 타선을 막아보려 했지만, 두 선수가 5실점하며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두산은 오는 26일과 27일 또한 상수보다 변수에 가까운 최승용, 김유성이 선발 출격한다. 최승용은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고, 김유성은 5선발 경쟁을 이제 막 통과한 신예다. 사실 4, 5선발이 출격하는 경기에서 개막시리즈 및 이날과 비슷한 경기 양상이 예상됐지만, 주말 최강 듀오로 평가받은 외국인 원투펀치를 내고도 2연패를 당했고, 곽빈의 대체자마저 4이닝 만에 무너지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과연 최승용과 김유성은 난세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두산은 지금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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