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이 이끌어온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6일(한국시간) 동남아 최대 축구 대회인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그의 지도력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제2의 쌀딩크'라는 별명이 붙은 김 감독은 박항서 전 감독의 뒤를 잇는 의미로, 두 감독 간의 유사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빗대어 '쌀딩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 감독 모두 지도자로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반전 드라마를 써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김 감독은 2021년 K리그1의 전북 현대를 이끌었으나 2023 시즌 중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전북에서 정규리그 우승과 준우승,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 시즌에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며 '역적' 취급을 받았다. 반면 박 감독은 상주 상무(현 김천)를 이끌던 2015년 이후 프로팀을 맡지 못하고 한동안 '야인'으로 지냈다. 그러나 2017년 베트남의 사령탑에 부임한 후, 빠르게 팀을 동남아 정상으로 이끌며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5월 베트남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미쓰비시컵 우승을 이끌어내며 박 감독에 버금가는 성과를 올렸다. 그의 리더십은 선수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선수들과의 신뢰 관계를 빠르게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김 감독은 박 감독처럼 선수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솔직한 성품과 유머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발을 씻겨주는 자상함과 다혈질적인 모습으로 '파파 리더십'이라 불리며 사랑받았다. 김 감독 또한 고참 선수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구단과 선수 간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결승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이 나올 때마다 불같이 화를 내던 김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과 함께 트위스트춤을 추며 기쁨을 나누었다. 이는 그가 국내 무대에서 보여주던 유머러스한 '상식이 형'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두 감독의 차이점 중 하나는 김 감독이 아직 젊은 지도자라는 점이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 우승 당시 61세였고, 65세에 베트남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반면 김 감독은 48세로, 앞으로의 경력에서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 = AFP, EPA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