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 차기 회장 선거에서 경쟁할 정몽규 회장(62)과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69)이 만났다.
정 회장과 허 전 감독은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울산 HD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현장을 찾았다. 내년 1월 8일 치러질 KFA 회장 선거 출마를 결정한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애초 허 전 감독의 경기장 방문은 예정에 없었다. 당일 오전 허 전 감독 측이 KFA에 연락해 코리아컵 결승전 방문에 협조를 구했다. 이미 초청 인사 대부분의 자리 배정이 이뤄진 상태라 KFA는 뒤늦게 VIP 좌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했다. 이날 선수단 격려에 이어 시상식까지 직접 주관한 정 회장은 경기장 본부석에서 마주한 허 전 감독과 짧게 눈빛을 교환하고 악수만 했다.
먼저 출마를 알린 이는 허 전 감독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적 난맥상을 반복해온 KFA는 바뀌어야 한다. 새 시대를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2013년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해 3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정 회장은 11월 28일 4연임 도전 의사를 밝혔다. KFA 산하 단체장들, 지역협회장들과 만나 여론을 수렴한 뒤 출마를 결정했다.
지난해 승부조작 가담자 기습사면 시도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축구계 안팎에서 질타를 받아온 정 회장은 11월 29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서도 “후보 심사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신청하겠다.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 허 전 감독이 입장문을 통해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코리아컵 결승전을 관전한 2만7000여 팬들도 정 회장이 등장할 때마다 거센 야유를 보내며 식지 않은 분노를 표출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여론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정 회장은 2일 ‘4연임 도전’ 절차를 위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동시에 KFA에는 회장직 사퇴서를 제출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가 출마를 승인하면, 25일 이후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정 회장은 충남 천안 일대에 건립 중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K리그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재임기간 자신의 프로젝트를 직접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