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울산 HD 공격수 주민규(34)는 K리그1 3연패의 꿈을 이룬 자리에서 “우승 DNA가 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평범한 강팀이 아닌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우승팀이 갖고 있는 특별한 힘에 대한 얘기였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36라운드에서 루빅손과 주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강원FC를 2-1로 눌렀다. 이로써 승점 68점을 쌓은 울산은 2위 강원과 승점차를 7점으로 벌리면서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울산은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성남FC의 전신인 성남 일화(1993~1995년·2001~2003년)와 전북 현대(2017년~2021년)에 이어 3년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젠 새로운 왕조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주민규는 취재진과 만나 “오늘 경기가 중요했다.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하나가 돼 이길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주민규는 울산이 우승을 결정짓는 일등 공신이었다. 그는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역습 찬스에서 이청용이 짧게 내준 패스를 가볍게 강원의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직전 경기였던 10월 27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3개월여 만에 골 침묵을 깼던 주민규의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0호골이었다.
자신이 부진했던 시기를 돌아본 주민규는 “나도 힘들었던 시간이다. ‘이렇게 길게 침묵할 수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날 돌아본 시기”라면서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함께 해줘서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다. 축구란 스포츠는 팀스포츠라는 것을 느꼈다. 오늘 경기도 (이)청용형이 너무 좋은 어시스트를 해줬다. 누가 있어도 골을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규를 더욱 기쁘게 만든 것은 이날 경기가 열린 장소와 악연을 끊어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울산은 5년 전인 2019년 12월 1일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포항 스틸러스와 최종전에서 1-4로 패배해 라이벌인 전북 현대에 우승컵을 빼앗긴 아픔이 있다. 당시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주민규는 “아침에 (같은 경험이 있는) 이명재가 그 이야기를 꺼내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나 스스로 ‘또 설마?’라는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다행히 다른 선수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울산 선수들은 우승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더라. 그게 바로 우승 DNA”라고 말했다.
옛 아픔을 털어내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는 이제 당당한 발걸음으로 귀갓길에 나선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스위트 홈이다. 주민규는 “항상 의기소침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오늘은 아내에게 당당히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겠다. 축구 선수 아내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데, 내가 항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