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가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를 품었다. 영입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간절히 원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선수가 다른 팀과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여 2시간 만에 입단을 확정했다.
수원FC는 14일 손준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수원FC는 "그동안 K리그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던 손준호가 이번 시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수원FC에 합류해 새로운 기적을 함께 쓸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손준호는 "좋은 기억을 함께 한 선수들이 있는 수원FC에서 뛸 수 있어 기쁘다"면서 "팀 분위기가 좋은 수원FC에서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입단 포부를 밝혔다.
산둥 타이산(중국)에서 뛰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현지에서 구금돼 약 10개월 동안 소식도 전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3월 극적으로 풀려나 국내로 복귀, 선수로서의 재기를 준비해 왔다.
당초 손준호는 전북 현대행이 유력했다. 전북은 손준호가 산둥으로 떠나기 전 3년 동안 활약했던 팀이었다. 손준호는 전북의 배려로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손준호의 최종 선택은 수원FC였다. 손준호는 전북과 협상을 우선적으로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연봉 등 대우 조건이 아닌, 중국에서의 사건과 관련된 다른 요소에서 이견이 생겼다.
전북 외에 다른 경쟁자들도 손준호를 눈독 들이던 상황서 수원FC가 이 틈을 재빠르게 파고들었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14일 '뉴스1'에 "중국 쪽과의 문제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가 이제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다시 좋은 기회를 잡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과 수원FC는 손준호가 귀국할 때부터 그의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당시엔 손준호가 전북과의 협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망설임 없이 속도를 냈다.
최 단장은 "전날(13일) 오후 2시 무렵 전북과 손준호의 협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곧바로 수원시를 설득하는 등 빠르게 움직였고 오후 4시 손준호의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2시간 만에 속전속결이었다.
그는 "단장으로서 나의 선택을 믿어준 수원시 관계자들의 신뢰 덕분에 일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 수원FC 내부적으로는 우리 팀도 계속 (손준호와 같은) 우수한 선수들이 자꾸 찾아오는 팀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과거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잡던 시절 손준호와 사제 관계를 맺은 인연이 있다. 따라서 단장과 선수로 다시 호흡을 맞출 둘의 시너지에 많은 기대가 모이기도 한다.
최 단장은 "손준호라는 선수에게 애착이 강하기도 하다. 손준호가 다시 회복해서 잘 뛸 수 있도록 돕는 게 손준호 개인과 수원FC는 물론,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 판단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 다시 손을 잡게 된 뒤 최 단장이 "높은 곳을 보고 함께 가자"고 전하자, 손준호는 "알겠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는 사실도 귀띔했다.
손준호는 이번 수원FC 입단으로 2020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하게 됐다. 아울러 프로 축구선수로는 약 1년 만이다.
손준호의 이름값과 이전에 보여준 경기력만 놓고 보면 '대어'를 영입한 셈이지만, 변수는 역시 공백기다. 그러나 최 단장은 걱정하지 않았다.
최 단장은 "(손)준호는 이전부터 성실함과 인간성은 알아줬다. 구금된 기간에도 개인 운동을 계속했다고 들었다"면서 "들어보니 현재 45분 정도 뛸 수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근차근 복귀시켜 좋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수원FC 선수가 된 손준호는 K리그의 여름 공식 선수 등록 기간이 열리는 6월 20일 이후부터 수원FC 소속 경기에 나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