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범경기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3월22일부터 시작하는 긴 레이스를 앞두고 최상의 전력을 갖추는게 목표다.
승패는 크게 상관없다. 또한 선수들이 무리할 필요도 없다. 일단 기존 전력에서 최대치의 라인업을 구성하는게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범경기가 개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각 팀들이 가슴이 철렁한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한화 안치홍은 지난 10일 SSG전에서 4회 SSG 선발 송영진의 공에 왼손을 맞았다. 바로 교체된 안치홍은 병원 검진부터 받았다.
안치홍은 이번 시즌 신구장에서 개막을 맞이하는 한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다. 중심 타자의 역할은 물론 주전 2루수로서 내야의 안정감을 책임져야한다. 한화로서는 검진 결과가 나올때까지 마음을 졸여야했다.
다행히 엑스레이 검사 결과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시범경기 하다가 부상으로 한 6개월 재활해야 한다고 하면 팀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라며 안심했다. 안치홍은 13일 사직 롯데전부터 복귀해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한화가 가슴을 쓸어내리던 날 대구구장에서는 아찔한 헤드샷이 나왔다.
두산 장승현이 8회초 1사 후 타석에 나섰다. 그런데 삼성 투수 김태훈의 4구째 직구가 장승현의 머리로 향했다. 공은 헬맷을 맞아 바로 튕겨나갔고 장승현도 타석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김태훈은 바로 헤드샷으로 퇴장을 명받았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모두 나와 장승현의 상태를 살폈고 삼성에서도 정대현 수석코치가 뛰어나왔다. 야구장에 있는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승현은 훌훌 털고 일어나 출루까지 했다. 상대 투수의 제구 난조로 3루까지 진루한 장승현은 삼성 수비 실책에 힘입어 홈까지 밟았다. 장승현은 9회에는 2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팀의 8-5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오재원의 강압과 협박에 의해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받아 1군 전력에서 제외된 장승현은 이번 시즌 비로소 다시 1군에서 기량을 선보일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헤드샷을 맞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천만 다행으로 부상을 피했다.
다른 팀들도 조금이라도 부상이 벌어질법한 상황이 나오면 빠른 교체에 들어갔다.
롯데는 지난 9일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구승민이 9회 마운드에 올랐다가 타구에 정강이를 맞고 교체됐다.
구승민은 한동안 마운드에서 일어나지를 못했고 트레이너가 그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구승민은 직접 마운드에서 걸어내려왔다. 큰 부상이 아닌 타박상으로 판명났다.
이날 앞서 외야수 윤동희가 1회말 파울 타구에 정강이를 맞아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롯데로서는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했다.
캠프 막판 발목을 접질려 일본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내야수 고승민의 복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줄부상 소식이 이어진 삼성은 시범경기에서도 부상을 더욱 조심해야한다.
스프링캠프에서 강속구 투수 김무신(개명 전 김윤수)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외국인 투수 대니 레예스가 오른 발등 미세 골절로 조기 귀국했고 지난해 28홈런을 친 김영웅도 우측 늑골 타박 소견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일찍 돌아왔다.
게다가 시범경기 개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외야수 이성규가 옆구리 통증을 입어 전력에서 이탈했다. 더욱더 부상 방지에 대해 바짝 경계해야하는 상황이다.
KT도 지난 11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1번 포수로 출장한 강백호를 3회초를 앞두고 교체시켰다. 이유는 손가락 통증이었다. KT 관계자는 “2회 수비 중 왼쪽 네번째 손가락 파울팁 맞아 통증이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를 했다.
강백호는 올시즌 팀의 톱타자 역할을 맡았다. 동시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도 지킨다. 올시즌 KT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기에 부상은 금물이다.
시범경기가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막전부터 달려나가려면 기본적으로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선수들의 몸 상태에 촉각을 더 세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