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31·한화)의 첫 번째 FA는 실패로 돌아갔다. 단년 계약에 금액도 적다. 그러나 ‘FA 미아’가 되진 않았기에 최악은 아니다. 어쨌든 원소속팀 한화와 계약하며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2025시즌은 하주석의 야구 인생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지난 8일 FA 내야수 하주석과 1년 총액 1억1000만원(보장 9000만원, 옵션 2000만원)에 계약했다. FA 계약 형식을 취했지만, 실상은 매 시즌이 끝나고 이뤄지는 연봉 계약에 가깝다. 계약금도 없고 기간도 1년짜리다. 보장액은 지난해 연봉 7000만원보다 2000만원 올랐다.
한화는 내부 FA 하주석과 애초 계약할 생각이 없었다. 2025 FA 시장이 개장한 둘째 날인 지난해 11월7일 KT 출신 유격수 심우준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다. 심우준과 포지션이 겹치는 하주석을 굳이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손혁 한화 단장은 “선수가 FA 신청을 했으니 시장 평가를 받아보고 올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평가는 냉담했다. 최근 2시즌 간 여러 이슈로 89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하주석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은 없었다. 오갈 곳 없어진 하주석은 결국 한화의 염가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012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하주석은 대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기대보다 성장세가 더디다는 지적도 받았으나 2017시즌 111경기 타율 0.285, 11홈런, OPS 0.768, 2021시즌 138경기 타율 0.272, 10홈런, 23도루, OPS 0.738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붙박이 유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하주석은 2022시즌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해 6월 롯데전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하주석은 더그아웃에서 헬멧을 내던지는 등 ‘선을 넘어’ 흥분했고,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시즌이 끝난 뒤엔 음주운전에 적발돼 KBO로부터 7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마치고 2023시즌 후반기에 복귀한 하주석은 부진·부상에 시달리며 공수에서 전과 같은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2024시즌엔 주전 유격수로 출발했으나 개막 한 달도 안 돼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후에도 기회가 없진 않았다. 지난 시즌 6월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부임 직후 2군에 있던 하주석을 콜업해 이도윤과 주전 경쟁을 붙였다. 노시환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땐 3루수로도 활용됐으나 결과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어쩔 수 없지만, 여기까진 ‘지나간 일’이다. 하주석은 반등을 다짐하고 있고, 한화는 2025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하주석이 기량을 회복하면 한화의 유격수 뎁스도 훨씬 탄탄해진다. 손혁 단장은 “팀에 충분히 보탬이 될 선수”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심우준을 밀어내고 새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차는 건 어렵다. 팀이 거액을 들여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느 팀이든 주전 선수로만 144경기를 치를 순 없다.
표본은 적지만, 하주석은 2024시즌 64경기 타율 0.292, OPS 0.743을 기록했다. 심우준, 이도윤 등 같은 포지션 선수 중 유일하게 단일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해 본 선수다. 유격수, 3루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한 번쯤은 온다.
중요한 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다. 하주석은 “겨우내 개인 운동을 하며 준비를 잘 해왔다”며 “책임감을 갖고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쓴맛을 본 이번 계약이 하주석의 야구 인생에 마지막 FA가 되란 법은 없다. 한화에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도 있고, 트레이드든 2차 드래프트든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일단 선수로서 기량이든 자세든, 자신에게 따라붙은 물음표를 지우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