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는 터질까.
KIA 타이거즈가 2024시즌 도중 미국 샬럿의 트레드 어슬레틱 베이스볼센터에 보냈던 투수 대부분 유망주였다. 그래서 2017년 1차 지명자 우완 유승철(27)이 눈에 띈다. 효천고를 졸업한 유승철은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해 KIA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KIA는 1차지명자, 신인드래프트 상위 라운더들을 잘 뽑고 잘 키우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광주 팜이 좋은 건 KIA가 오랫동안 지역에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1차 지명자만 해도 2020년 정해영, 2021년 이의리, 2022년 김도영이 완전히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윤영철도 마찬가지다. 2024시즌엔 2018년 1차 지명자 한준수도 차세대 주전포수를 예약할 정도였다. 결국 현재 빛을 못 보는 1차 지명자는 2017년 유승철과 2019년 김기훈이 ‘유이’하다.
10개 구단의 2017년 1차 지명(두산 최동현, 삼성 장지훈, NC 김태현, 키움 이정후, SK 이원준, 한화 김병현, 롯데 윤성빈, LG 고우석, KT 조병욱)은 대박이라고 보긴 어렵다. 자리잡지 못한 케이스가 많다. 이미 퇴단한 선수들도 있다.
대신 성공한 2명은 모두 ‘미국 물’을 먹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거가 됐고, 고우석(마이애미 말린스)은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는 위치다. 유승철이 당장 이정후나 고우석 위치까지 갈 순 없지만, KIA에 필요한 투수로 거듭난다면 성공이다. 이제 27세, 더 이상 유망주라고 보기도 어렵고, 아주 적은 나이는 아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폼을 장착한 유승철은, 그래서 야구를 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시즌 중 타격 및 피칭 폼을 바꾸는 걸 권고하는 지도자는 10개 구단에 단 1명도 없다. 그럼에도 KIA가 용인한 건 유승철이 그동안 야구가 너무 안 풀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공은 좋은데 전형적으로 제구와 커맨드가 안 돼 1군 붙박이가 안 되는 케이스다. 야마모토의 투구 폼은, 정석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중심이동 과정에서 다리 움직임이 거의 없는, 마치 공을 던질 때 다리가 ‘스르륵’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유승철은 이 폼과 제법 흡사한 폼을 장착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잘 맞았다. 9월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1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 9월24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9월 2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놀랍게도 날리는 공이 사라졌고, 투구 탄착군이 좁아졌다.
유승철에게 올 겨울은 바꾼 폼을 더욱 가다듬어 1군용 몸,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KIA 불펜은 장현식(LG 트윈스)이 나가고 조상우가 들어오면서 여전히 막강 전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뉴 페이스는 필요하다. 작년 통합우승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피로가 누적됐을 수 있고, 부상자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조직에 늘 새로운 동력, 신선한 얼굴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새롭게 잠재력을 터트려야 조직이 긴장감 있게 돌아갈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이 가장 바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게 마운드라면, KIA 팬들은 기왕이면 오랫동안 기를 펴지 못한 유승철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