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하위권에 처지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롯데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한국시리즈를 세 차례 제패한 명장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며 팀 재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선수단의 층은 여러모로 약해져 있던 상황이었고, 시즌 초반은 여러 선수들을 써가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야수 쪽은 김태형 감독도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나마 믿을 구석이었던 마운드 또한 해줄 것으로 여겼던 주축 선수들의 부진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의 어깨에는 부하가 걸렸다. 2024년 고졸 신인 전미르(19)도 그 선수 중 하나였다.
경북고 시절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드러내며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전미르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라운드, 전체 3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고, 또 완성형 선발로 성장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을 갖춰 모두의 기대를 모았다. 그런 전미르는 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깐깐한 김 감독의 눈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것에 이어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했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 중 하나였고, 전미르의 활용폭도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짧게 던지는 추격조로 시작했다가 이후로는 1이닝 이상도 던지기 시작했고, 점차 필승조 몫까지 해내면서 롯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잦은 등판 이후 어느 순간부터 구위가 떨어지면서 성적이 저조해지고, 6월 17일 2군으로 내려가며 재조정의 시간을 거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연투도 많은 편이 아니었고, 이닝당 투구 수도 위험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연투를 하더라도 이후에는 휴식 기간이 꽤 보장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팀 불펜 사정이 급해지고 전미르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시기부터는 등판도 잦아지고 그에 비례해 연투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투를 하고, 하루를 쉬고, 다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2이닝 소화까지 했다. 그러자 어느덧 6월 어느 시점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이 등판한 불펜 투수 중 하나가 됐다.
실제 6월 15일까지 롯데 불펜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는 전미르와 김상수로 각각 36경기였다. 전미르는 이 기간 33⅔이닝을 던졌다. 김상수야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니 이런 빡빡한 일정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미르는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나갈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전력으로 투구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이 일정을 소화한 뒤 전미르의 팔꿈치에는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가벼운 염증이 보고된 시기도 있었고, 염증을 털어내고 휴식을 취하면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좀처럼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쉽지 않은 시기가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도 전미르가 이를 극복하고 다시 1군에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을 시즌 막판 넌지시 드러내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전미르의 공식 경기 등판은 없었다. 그리고 전미르는 자신을 괴롭힌 팔꿈치 통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수술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전미르는 어제(26일) 서울에 있는 정형외과에서 수술 진행했다. 선수가 팔꿈치에 불편감을 호소했고 수술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단도 장기적으로 보고 불편감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차원에서 수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끝내 수술을 받은 것이다.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 즉 토미존 서저리다. 요즘 투수들이 경력에서 피해가기 어려운 수술이기도 하지만, 이제 첫 시즌을 마친 선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팔꿈치 통증은 계속해서 있었고, 쉽게 해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로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지난 시즌 중 필름상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어쨌든 구단도 선수의 뜻을 존중했다.
보통 팔꿈치 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의 재활 기간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다. 다만 롯데는 "병원에서는 재활 기간을 최대 6개월이라 했는데 더 빨리 회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토미존 수술을 받는 선수들보다 손상 정도가 작기에 회복까지 시간이 짧아진다는 이야기다. 토미존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들은 팔꿈치 인대가 더 버티지 못하는 수준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전미르는 그 단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무리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작은 수술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술이다. 토미존 서저리가 맞는다면 6개월은 낙관적일 수도 있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고 해도 실전 투구가 충분히 필요하다. 앞길이 창창한 어린 선수라 더 그렇다. 이번 수술이 마지막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들기며 신중하게 재활을 하는 게 맞는다. 병원과 구단의 설명대로라면 시즌 중반 복귀가 가능하지만, 상태에 따라 2025년 팀 1군 전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 강한 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선수들의 구속이 올라가면서 팔꿈치 수술은 더 빈번해지고 있다. 전미르도 언젠가는 받아야 할 수술을 조금 더 일찍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또한 올해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롯데 불펜의 비극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막 입단한 선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기존 선수들이 시즌 초반 부진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안 좋은 쪽의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육성도 기존 선수들이 든든하게 버틸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일지도 모른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