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3일 만의 ‘1승’ 후 눈물 쏟은 이상규…2025년 한화 마운드 살림꾼 될까

입력
2024.12.27 16:55


지난 8월24일 잠실 한화-두산전. 7회까지 4-2로 앞서가던 한화는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 6개를 남겨두고 역전을 허용했다. 8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이 제구 난조로 만루에 몰렸고, 구원 등판한 주현상도 불길을 잡지 못했다. 한화는 마무리 투수를 끌어 쓰고도 해당 이닝에만 4실점 했다. 타선이 9회초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뒷문이 헐거웠다. 주현상 포함 필승조는 이미 소진한 상황이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이상규(28)였다. 이상규는 정수빈부터 시작된 두산의 까다로운 상위 타선을 상대로 정규 마지막 이닝을 무사히 넘겼다. 한화는 10회초 김태연의 적시타로 결정적인 리드를 잡았고, 이상규는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2이닝 무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친 이상규는 팀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이상규는 무려 1553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이상규는 2015 KBO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70순위)에서 LG 유니폼을 입은 오른손 투수다. 2019년 1군에 데뷔했으나 존재감이 작았고, 2023년 육성 선수로 신분이 전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만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에선 27경기 2승1패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1.75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화가 2023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이상규를 지명한 이유다. 한화는 당시 “시속 140㎞ 중반대 구위를 가졌다. 불펜 뎁스를 강화하기 위해 뽑았다”고 설명했다.



대전으로 둥지를 옮긴 이상규는 올해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아 8월 11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 2.63으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이때 감격의 1승을 거둔 이상규는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그는 “신고(육성) 선수까지 갔기 때문에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를 정말 하고 싶었다”며 “2차 드래프트에서 뽑아준 구단에 감사드리고, 감독님과 코치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상규는 올해 21경기(3선발) 1승4패 평균자책 5.63의 성적을 거뒀다.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었지만, 김경문 감독의 눈에 들어 대체 선발로도 3차례 등판하며 입지를 다졌다. 이상규는 다음 시즌에도 불펜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양상문 한화 투수 코치는 이상규를 다음 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로 꼽았다. 중간에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선발 사정이 좋지 않으면 대체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음 시즌 부상에서 복귀하는 이태양과 함께 ‘전천후’로 활약하면 한화 불펜도 더 단단해진다.

한화가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2025년, 간절함의 눈물을 흘렸던 이상규가 마운드의 살림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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