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km 예비역 잠수함, 첫 시즌 기대만발인데…1차지명 흑역사의 뒤늦은 후폭풍, 롯데의 상실감은 증폭될까

입력
2024.12.25 17:40
OSEN DB[OSEN=조형래 기자] 2년 전 기억하기 싫은 사건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절망과 후회가 증폭되는 것일까.

롯데는 2022년 겨울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스토브리그에서 광폭 행보를 펼쳤다. FA 시장에서는 포수 유강남과 4년 80억원, 내야수 노진혁과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2022년 11월 17일, FA 시장이 공식 개장했고 열흘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3년 1월, 롯데는 잠수함 투수 한현희까지 3+1년 40억원에 데려왔다. FA 시장에서만 170억원을 쏟아 부었다.  

롯데는 FA 선수들을 영입한 만큼 보호선수 명단을 꾸리는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특히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출혈을 각오해야 하는 A등급 FA만 2명(유강남, 한현희)을 영입했다. 

유망주들을 착실하게 수집을 해 나가던 중 기어를 변속해야 했다. 그러나 보호선수를 생각할 겨를 없이 팀의 취약 포지션을 채워줄 선수들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보상선수들에 대해 “아쉽지만, 나갈만 한 선수들이 나갔다”라는 반응이었다. 유강남의 보상선수로 2014년 1차지명 좌완 김유영이 떠났다. B등급 노진혁의 보상선수로는 포수 안중열이 지명됐다. 

그래도 가장 아쉬운 건 한현희의 보상선수. 롯데는 2021년 시즌 도중 내야수 오윤석과 포수 김준태를 내주며 잠수함 유망주 이강준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강준은 강속구를 던지는 잠수함 유망주였고 과거 한현희의 모습과 흡사했다. OSEN DB하지만 한현희 영입과 동시에 이강준은 지킬 수 없었다. 이강준은 2023년 5월 상무 입대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롯데는 군 보류 선수로도 묶을 수 없었고 20인이라는 제한된 보호선수 명단에 이강준을 품기 힘들었다. 당장은 강속구의 반대급부로 고질적인 제구 불안도 있었다. 

“포수들이 공을 받기 힘들어 한다”라는 불펜 피칭에서의 괴력을 실전에서 제대로 확인해보지 못했다. 결국 이강준은 롯데로 트레이드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키움으로 향했다.

결국 이강준은 상무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2024년 상무에서 44경기 3승 1패 1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0.76(44⅓이닝 4자책점), 37탈삼진 13볼넷 의 언터쳐블한 성적을 남겼다. 

강속구의 강점을 더 극대화 시키면서 제구력을 안정시켰다. 군 입대 직전 108⅓이닝 동안 59볼넷, 9이닝 당 4.9개의 볼넷을 내줬다. 몸에 맞는 공도 16개여였다. 그러나 올해 9이닝 당 볼넷을 2.47개까지, 약 절반 가량을 줄였다. OSEN DB

7월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최고 158km의 강속구를 뿌리며 그라운드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상무에서 보여준 구위를 눈여겨 본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프리미어12 대표팀 추가 명단에 합류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대표팀 합류는 불발됐지만 이강준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제 이강준은 전역해 키움 마운드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구단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였던 조상우가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되며 이강준에게 마무리 투수 기회도 주어질 수 있을 전망. 대대적인 리빌딩을 펼치고 있는 키움이기에 이강준에 가해지는 부담도 크지 않다.

롯데로서는 이강준의 이탈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KT와 트레이드 당시, 오윤석과 김준태라는 1군급 선수를 2명이나 내주고 데려온 유망주였다. 한현희 영입 당시에도 실효성이 의문이었지만 유력한 선발 자원이었던 이인복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시즌 정상 합류가 힘들어졌다는 이유가 있었다. OSEN DB당시에는 한현희의 영입과 이강준의 이탈이 이해가 가능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강준이 엄청나게 스텝업을 했다. 한현희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2시즌 동안 선발과 불펜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궂은 일을 도맡았지만 성적 자체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한현희를 영입하고도 이강준까지 지킬 수 있었던 시나리오가 있었기에 롯데로서는 절망하고 후회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구단 내부에서도 쉽게 언급할 수 없는 2019년 1차지명이자 방출된 전 야구선수 서준원 때문. 

서준원은 2023년 3월, 미성년 상대 성착취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롯데는 서준원의 불구속 기소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곧장 방출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당시 서준원은 2022년 8월에 경찰에 입건됐고 12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단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OSEN DB서준원이 2023년 1월 질롱코리아로 파견됐고 2월 괌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는 과정에서도 구단은 눈치채지 못했다. 되려 서준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3월에 꼬리가 잡혔다. 서준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순간까지도 구단에는 피해자였다며 거짓말을 했다. 결국 구단도 소문이 퍼지는 과정에서 서준원의 말만 믿었기에 불구속 기소의 충격파는 상당했다. 고민하지 않고 퇴단 철퇴를 내린 이유다. 

만약 서준원의 비위행위가 미리 알려졌다면, 경찰 조사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활동 정지라는 KBO와 구단의 처분이 있었을 것이다. 추후 한현희 등 FA 선수가 영입됐을 때에도 이강준의 보호선수 명단 포함도 가능했을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가정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당장 현재의 상황, 그리고 미래에 이강준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롯데의 상실감은 여러모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OSEN DB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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