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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외야수 이승민(19)은 '레전드' 이병규 전 삼성 2군 감독의 아들이다. 휘문고 재학 시절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만큼 타격 재능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의 2라운드 전체 20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하지만 올해 입단 동기인 박지환, 정준재 등이 1군에서 활약하는 동안 이승민은 한차례도 콜업되지 못했다. 첫 스프링캠프에서 아직 수비와 타격에 있어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데 1년을 썼다.
현재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중인 이승민은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제 일이다. 제가 더 잘했으면 1군에 갔겠지만, 그 만큼이 안됐으니 못간거다.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봤다"며 "제가 봐도 지환이나 준재 형이나 (정)현승이 형은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저는 냉정하게 봤을 때 그러지 못했다. 제가 1군에 가지 못한 이유가 뭘까를 생각했는데, 우리 팀은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필요했고 저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성숙하게 진단했다.
프로 입단 후 첫 캠프였던 올해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진짜 절망했다. 내가 이렇게 못했나 싶었다"는 이승민은 "연습 경기를 하는데도 속된 말로 절었다. 말도 안되게 못했다. 그래서 더 못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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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2군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초 타구 판단이나 수비 스타트가 미흡했던 부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조금 더 경험이 쌓이면 1군에서도 기본적인 외야 수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특히 타격에 대한 장점이 있어서 자신의 장점을 더 살리면 얼마든지 기회가 올 수 있다.
이병규 감독은 자상하고 다정한 아버지이자 가장 냉철한 조언자다. '레전드' 아버지를 둔 배경이 부담되지는 않냐는 질문에 이승민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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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를 뜻한다. 휘문고 선배이자, 가족들끼리도 절친한 사이인 이정후는 이승민에게 또 다른 롤모델이다.
이승민은 "모든 야구인 2세들이 그렇듯 '프로 가면 정후 형만큼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아니다. 정후형은 신이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다. 저는 정후형과 동등한 위치로는 못갈지라도 허리 정도까지는 따라가고 싶다"고 농담을 섞어 진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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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은 "아버지는 집에서 누구보다 다정한 분이다. 우리 가족은 매일 서로 영상 통화를 하고 사이가 좋다"며 가족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SSG는 추신수의 은퇴와 기존 선수들의 고령화로 외야 세대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이승민 역시 차세대 주전 외야수가 될 수 있다. "여기(마무리캠프) 있는 모든 외야수들이 추신수 선배님의 은퇴로 외야 한자리가 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웃은 그는 "내년에는 올해와 다르게 감독님 입장에서 '흥미롭다', '써보고 싶다'는 이미지를 주는 선수가 되고 싶은 게 목표다. 1군 코칭스태프께서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는 선수가 된다면, 자동으로 기회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콜업이 언제 되든 임팩트를 확실히 남기고 싶다"고 다부지게 각오를 다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