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장소는 대만, 사령탑은 류중일 감독. 11년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데자뷔를 보는 듯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1라운드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다.
17일 열린 B조 경기서 일본은 쿠바에 7-6, 대만은 호주에 11-3으로 승리했다. 앞서 대만과 일본에 패하고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에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대만이 호주전부터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하거나, 쿠바가 일본과 대만은 모두 잡아줘야 하는 경우의 수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은 4연승을 달리며 1위를 확정했고, 대만도 3승 1패로 2위를 굳혔다. 한국은 남은 경기서 호주전 승리로 마지막 체면치레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2013년 대만에서 열린 WBC 때와 비슷한 흐름이었다. 당시 한국은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대만, 네덜란드, 호주와 B조에 편성된 한국은 무난하게 본선 1라운드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첫 경기서 '복병' 네덜란드에 0-5로 허무하게 패하면서 모든 계획이 무너졌다. 한국은 호주에 6-0, 대만에 3-2로 승리를 하며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TQB에서 밀려 똑같이 2승 1패를 기록한 대만, 네덜란드에 밀려 탈락했다.
한국은 프리미어12 대회에서 2015년 우승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회복했으나 2017년 서울 고척에서 열린 WBC 본선 1라운드서 첫 경기 이스라엘전(1-2)을 패하면서 '참사'가 재현됐다. 네덜란드전(0-5)까지 패한 한국은 대만에게 11-8 승리를 거뒀지만 1승 2패로 WBC 두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준우승으로 다시 살아나는 듯했던 한국은 도쿄 올림픽 4위, 지난해 열린 WBC에서 또다시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특히 WBC에서도 '첫 경기 징크스'에 시달리며 호주전 7-8 패배로 계획이 꼬였고,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흑역사를 썼다.
이후 한국은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조금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번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다시 '첫 경기' 패배를 만회하지 못하고 경우의 수만 바라보다 조별리그 일정을 마치기도 전에 탈락이 확정되고 말았다.
사진=뉴스1, OSEN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