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노시환 있으면 걱정 안 하는데.”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이달 초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리미어12 대비훈련을 지휘하다 취재진에 내뱉은 말이었다. 4번타자가 마땅치 않다면서, 노시환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노시환은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다소 주춤한 탓에 끝내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했다.
사실 이번 대표팀에 유독 부상으로 낙마한 선수가 많다.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 에이스를 맡은 문동주(한화)가 부상으로 빠졌다. 올해 KBO리그 토종투수들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남긴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도 한국시리즈 도중 부상을 당해 빠졌다.
류중일 감독은 내심 타선에서 노시환과 함께 구자욱(삼성)을 구심점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구자욱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서 주루 도중 부상하며 끝내 대표팀에 오지 못했다. 이밖에 김영웅(삼성)은 대구에서 서울로 합류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올라오다 담에 걸려 하차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좀 더 시계를 돌리면,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6월에 토미 존 수술을 받은 것도 대표팀으로선 뼈 아팠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과 강백호(KT 위즈)는 기초군사훈련 참가 차 빠졌다. 굵직한 선수들만 모아도 이 정도다. 이들이 전부 타이베이에 갔다면 대표팀이 도쿄돔까지 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연 없는 팀이 있을까. 도쿄돔에 가는 일본과 대만, 베네수엘라, 미국에도 부상으로 못 나온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부상으로 못 나온 선수들을 대체할 힘이 부족한 것 자체가 한국야구의 위태로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4번타자, 토종 에이스의 부재가 더욱 도드라졌다. 그러나 이는 한국야구의 오랜 고민이다. KBO리그 10개 구단에서 이 역할을 주로 외국인선수들이 맡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지만, 국제대회만 되면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 반복된다.
문제는 반복된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10개 구단은 부지런히 육성과 리빌딩을 외친다. 실제 성과도 뚜렷하다. 최근 KBO리그에 젊은 기수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아직 그것에 만족하기보다 더 많은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한국야구는 이제 아시아 2위가 위태롭다. 대만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예선 패배를 시작으로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패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예선 패배에 이어 이번 대회 첫 경기 패배까지. 그 사이 승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선이 전부다. 최근 6경기 2승4패다.
2000년대 초반 일본과의 격차를 상당히 좁혔으나 다시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대만에는 오히려 밀리는 형국이다. 이러니 아시아 2위라고 자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아시아에 편입된 호주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경기서 7-8로 졌다. 과거에 콜드게임으로 이겼던 호주나 유럽 상위권 국가들은, 이제 한국이 낙승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프로다. 성적이 중요하지 유망주 육성에 대한 의무는 사실 크지 않다. 한국야구의 특수성을 감안해 육성까지 도맡는 것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및 학생야구, 대한민국야구소프트볼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KBO가 대표팀 운영을 도맡고 있지만, 아마추어 및 학생야구가 어디로 가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KBO가 아무리 대표팀 운영을 잘해도 아마추어야구가 시원치 않으면 방법이 없다. 물론 큰 틀에서 인구절벽 시대의 도래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