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싶다고 다 잡을 수 있나?' 삼성의 전력보강 '프로세스'가 있다...플랜B 고민은?

입력
2024.11.13 13:46
(왼쪽부터) 김강률 임정호 문성현. 스포츠조선DB


LG와 계약한 장현식. 사진제공=LG 트윈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포스트시즌. 정중동 행보다.

조용해 보이지만 물밑은 분주하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력 보강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안 나왔을 뿐이다.

FA시장에서 굵직한 선수들이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KT 위즈 출신 듀오 심우준(4년 50억원) 엄상백(4년 78억원)의 놀라운 대우 속 한화 이적이 경쟁에 불을 붙였다.

첫 테이프를 끊자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심우준 이적으로 내야에 빈 자리가 생기면서 허경민(4년 40억원)이 논란 속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구단이 관심을 보인 장현식은 KIA를 떠나 4년 52억 전액보장의 파격 속에 LG로 이적했다.

원 소속팀에 잔류한 KT 우규민, SSG 최정, 롯데 김원중 구승민까지 모두 8명의 FA의 거취가 공시 일주일 안에 결정됐다.

FA 승인선수 20명 중 40%가 거취를 정했다. 비중으로만 보면 절반 이상의 느낌. 단 일주일 만에 FA시장이 후반기로 접어든 모양새다.

불펜 보강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삼성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밖에서 오히려 급해진 느낌이다. '빈손?' '아직도' 이런 표현이 등장하며 프런트를 압박하고 있다. 1년 전 FA 시장이 열리기 무섭게 불펜 최대어 김재윤을 확보한 터라 기대가 더 컸던 모양새.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국시리즈 진출한 확정한 삼성 이종열 단장과 유정근 대표이사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19/


하지만 잡고 싶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선수에게 과감한 배팅을 하는 삼성이지만 엄연히 원칙과 프로세스가 있다.

올시즌 내내 동분서주 하며 약점 메우기에 주력해온 삼성 이종열 단장은 "모든 의사 결정은 운영팀, 전력분석팀, 스카우트팀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나 홀로 결정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시스템으로 결정하고 진행해야 합리적 결정이 이뤄진다. 이를 가지고 감독님께 상의드리고, 사장님께 보고하고 진행하게 된다"고 내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7회초 장현식이 투구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삼성이 큰 관심을 보였던 장현식의 경우 인센티브를 통한 안전장치가 불가피 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75경기에 등판했다. 홀드왕에 올랐던 지난 2021년 69경기를 경신한 개인 최다 경기 출전이었다. 멀티이닝도 소화하면서 75⅓이닝을 책임졌다. 최근 4년간 50경기 이상 50이닝 이상을 뿌리며 불펜 마당쇠로 활약했다.

50억원이 넘는 거액의 계약에 인센티브라는 안전장치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LG는 인센티브 없는 52억원 전액보장이란 파격베팅으로 장현식을 깜짝 영입했다.

서울팀 메리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선수들 대부분은 가족과 생활편의 등을 고려해 수도권 팀을 선호한다. 가뜩이나 장현식은 서울고를 졸업한 서울토박이. NC→KIA를 거치며 프로 11년간 지방을 전전했으니 또 다른 지방인 대구로 가기는 망설여졌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투수친화적 LG 홈구장 잠실야구장과 타자친화적 삼성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의 파크팩터는 투수에게 극과극의 차이다. 전액보장 서울팀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다.

삼성의 불펜 보강 프로젝트는 플랜B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 시장에는 김강률(36) 임정호(34) 문성현(32) 등 보상 선수가 없는 C등급 FA 불펜 투수들이 있다.

불펜은 다다익선이지만 밸런스 상 상대적으로 젊은 불펜 투수를 원했던 삼성으로선 살짝 고민이 머무는 지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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