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엄상백이 78억원인데…
KBO리그 FA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9일에는 한 건의 계약도 나오지 않았지만, 물밑에선 FA들과 구단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유이한’ 선발투수 FA 중 한 명이 팔려 나갔다는 점이다.
한화 이글스는 8일 FA 엄상백(28)과 4년 78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34억원, 연봉총액 32억5000만원, 옵션 11억5000만원이다. 2015년 KT 위즈에 1차 지명을 받았다. 통산 305경기서 45승44패28홀드3세이브 평균자책점 4.82.
2022시즌 33경기, 올해 156⅔이닝이 각각 시즌 커리어하이다. 시즌 2~3점대 평균자책점은 각각 1번씩만 찍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4.88. 20대 후반의 사이드암 선발투수이며, 불펜 경험도 풍부해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수치들을 보면 압도적인 선발투수는 아니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건 최원태다. 최원태는 1997년 1월생이다. 1996년 10월생의 엄상백보다 고작 3개월 늦게 태어났다. 그렇다고 해도 엄연히 1살 어리다. 4년 계약을 해도 일단 2년간 20대다. 최원태로선 당연히 엄상백보다 많이 받고 싶을 것이다.
최원태는 통산 217경기서 78승58패 평균자책점 4.36, 1134⅓이닝을 소화했다.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만 뛰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21년 28경기, 2019년 157⅓이닝이 각각 커리어하이. 오랫동안 선발투수로 뛰며 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나 역시 각종 수치상 압도적이진 않다.
선발투수를 원하는 팀은 많다. 거의 모든 구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LG 트윈스부터 그렇다. 당연히 대부분 엄상백과 최원태를 비교하며 영입 가능성, 미래 가치 등을 따져봤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엄상백 영입전의 승자는 한화이고, 최원태 영입전의 승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최원태는 데뷔 후 시즌 30경기 이상 등판한 적이 없다. 팔이나 어깨에 큰 이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해온 건 인정받아야 한다. 단, 내구성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키움 시절에도 잔부상이 잦았다. 올 시즌에도 6월 갑작스러운 광배근 부상으로 염경엽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최원태는 B등급인 엄상백과 달리 A등급이다. 현행 FA 규정에 따르면, A등급을 영입하는 팀은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0명)과 전년도 연봉 200% 또는 전년도 연봉 300%를 원 소속팀에 내줘야 한다. 반면 B등급을 영입하는 팀은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5명)과 전년도 연봉 100% 또는 전년도 연봉 200%를 원 소속팀에 내주면 된다. C등급을 영입하면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50%만 원 소속팀에 내준다.
한화가 엄상백을 영입하는데 등급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지 않았을까. 최원태를 영입하는 팀은 한화가 KT에 내줘야 할 보상보다 자신들이 LG에 내줘야 할 보상이 크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최원태의 시장가격형성은, 일단 LG의 스탠스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