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젊은 주전 유격수를 잃은 충격이 컸지만, 국가대표 출신의 3루수를 데려왔다. 내년 시즌에도 '대권 도전'을 이어가는 KT 위즈가 발빠른 행보로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KT는 8일 내야수 허경민과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총액 18억 원, 옵션 6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이뤄진 '공백 메우기'였다. 앞서 KT는 7일 FA '집토끼'였던 심우준을 한화 이글스에 내줬다.
당초 심우준의 잔류에 힘썼던 KT지만, 한화가 4년 최대 50억 원이라는 예상보다 큰 금액을 베팅하면서 심우준의 이적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KT는 곧장 전력 보강에 나섰고, 베테랑 내야수 허경민과 접촉했다. 허경민은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와의 '3년 20억 원' 옵션 계약을 포기하면서 FA 시장에 나왔다.
허경민은 KBO리그의 '엘리트급' 3루수다. 2009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2012년부터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콘택트 능력이 좋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대할 만하고, 매 시즌 20개 이상의 2루타를 때려내는 '중거리형 타자'다. 선구안도 뛰어나 4할을 넘나드는 출루율도 바랄 수 있고, 수비 역시 아직 건재하다.
심우준의 계약 규모가 4년 최대 5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대표 출신의 허경민을 4년 최대 40억 원에 잡은 것 또한 '합리적인' 베팅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경민이 심우준 보다 나이가 5살이 많지만, 이미 능력을 증명해 냈기에 '리스크'는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허경민의 영입으로 KT의 내야진은 더욱 화려해졌다. 기존의 김상수와 황재균에 허경민까지, 비록 몇 년 전의 이야기지만 '국가대표급 내야진'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다만 포지션 '교통 정리'는 필요하다. 허경민은 고교 시절과 프로 데뷔 초창기까지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지만, 주전 자리를 꿰찬 뒤엔 3루수로 포지션이 굳어진 지 오래다. 기존 주전 3루수인 황재균과 겹친다.
현재로서는 황재균을 1루수로 이동시키고 문상철과 오재일은 지명타자, 대타 요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KT의 간판타자 강백호 역시 지명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기에, 아예 1루수 자리를 놓고 세 선수가 경쟁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포지션 정리를 위한 추가 트레이드 등도 고민할 법하다.
김상수는 유격수로 돌아간다. 삼성 시절 막바지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던 그는 KT로 이적한 뒤 유격수로 돌아왔다가, 심우준의 전역 이후엔 다시 2루수로 나서는 일이 많았다.
일단은 김상수가 유격수로 들어가고, 오윤석과 천성호가 2루수 경쟁을 벌이는 그림이 유력하다.
다만 '이름값'은 높지만 내야진의 연령이 너무 높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황재균은 내년이면 만 38세, 김상수와 허경민도 35세다. 이 외에 오재일 39세, 문상철 34세, 오윤석 33세로 1997년생의 천성호 정도를 제외하면 주전급 내야수가 대부분 30대 중후반의 베테랑이다.
올해까지는 여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인 이들이지만, 베테랑의 경우 언제든 '에이징커브'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선 부상 위험도 높은 편이다.
고영표, 소형준, 박영현 등 준수한 국내 투수진을 보유한 KT는 이번 영입으로 향후 몇 년간 '윈나우' 기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주전 유격수의 공백 위기를 빠르게 메운 KT가 적잖은 리스크를 뒤로 하고 내년에도 상위권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