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가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바로 외국인 투수 교체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5일 KBO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KIA는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30)와 캠 알드레드(28)를 동시에 웨이버 공시했다. 사실상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을 공식 발표하는 단계만 남은 셈이다.
크로우는 지난 1월 KIA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의 계약을 맺고 한국 무대를 밟았다. 그는 올 시즌 KBO리그에 새롭게 얼굴을 내민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경력이 화려했다.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경험했고, 메이저리그(MLB)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 10승 21패 16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30의 성적을 거뒀다.
시즌 초반 다소 주춤한 모습도 있었지만 크로우는 나름대로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줬다. 8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며 제임스 네일과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불안요소로 꼽혔던 부상이 결국 크로우의 발목을 잡았다. 5월 초 불펜 피칭 과정에서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교차 검진 끝에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부분손상 진단을 받았다.
KIA는 5월 29일 KBO에 크로우를 ‘외국인 선수 고용규정 제 10조’에 의거 재활선수 명단 등재를 신청하고 임시 대체 선수로 알드레드와 총액 32만 5,000달러(계약금 2만 5,000달러, 연봉 30만 달러 등)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시즌 종료 시점이 계약 만료인 '풀 계약'이었다. 다만 KIA가 포스트시즌에서 알드레드를 기용하려면 외국인 선수 등록 기한인 8월 15일까지 신분 전환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알드레드는 기복이 심한 경기력으로 KIA에게 고민을 안겼다. 데뷔전(6월 8일 두산전) 3이닝 6실점 패전을 기록한 뒤 후 곧바로 5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이후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연착륙에 성공하는 듯하다가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4⅔이닝 4실점) 무너졌다.
그 이후로도 무실점-3실점-무실점-7실점으로 이른바 '퐁당퐁당' 투구를 이어가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특히 좌타자에게는 피안타율 0.150로 강한 반면 우타자(0.284)에게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가을야구에서 만날 수도 있는 상위권 팀과 상대전적은 LG 트윈스(2경기 1승 평균자책점 0.00)에게 매우 강했던 반면 두산 베어스(2경기 2패 평균자책점 15.95)와 삼성 라이온즈(2경기 평균자책점 8.22)를 상대로는 매우 약했다.
지난 4일 한화 이글스전 선발투수로 예정됐던 알드레드는 폭우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선발진 운용이 빠듯한 KIA 입장에서는 알드레드가 이번주 한 경기라도 던져줘야 숨통이 트이는 상황에서 5일 전격 1군 엔트리 말소를 결정했다. 이어 크로우와 알드레드를 동시에 웨이버 공시해 엔트리에 자리를 만들었다.
KIA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투수는 MLB 통산 36승의 경력을 자랑하는 왼손 투수 에릭 라우어(29)가 유력하다. 2016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5순위의 높은 지명 순위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은 라우어는 2018년 빅리그 무대에 데뷔해 2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6승 7패 평균자책점 4.34으로 잠재력을 드러냈다.
2019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한 라우어는 2021년 24경기(선발 20경기) 7승 5패 평균자책점 3.19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이어 2022년에는 29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등판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3.69로 활약, 밀워키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23년 오른쪽 어깨 충돌 증후군에 시달리며 10경기(선발 9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6.56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긴 라우어는 시즌 종료 후 자유의 몸이 됐고, 올해 3월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이후 5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라우어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복귀를 노렸으나 올해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MLB 통산 성적은 120경기(선발 112경기) 36승 37패 평균자책점 4.30이다.
라우어는 올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9경기(선발 16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5.26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70경기(선발 63경기) 16승 19패 평균자책점 3.77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찾을 수 있는 자원 중에는 최상급 선발 자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일 라우어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 AAA팀 슈거랜드 스키터스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렸다. 이날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 CBS 스포츠 등 미국 매체들은 대니얼 킴 해설위원의 SNS를 인용해 "휴스턴에서 방출된 라우어가 빠르게 기회를 찾았다. 2024년 남은 시즌을 한국에서 뛸 예정이다"라며 KIA와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라우어 본인도 SNS 프로필에 야구공 이모티콘과 함께 'KIA 타이거즈(KIA Tigers)'라고 적어 사실상 한국행이 임박했음을 드러냈다.
1위 KIA(61승 2무 42패 승률 0.592)는 2위 LG(54승 2무 46패 승률 0.540)를 5.5경기 차로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정규시즌이 70% 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쉽게 따라잡힐 만한 격차는 아니지만 결코 방심할 수는 없다. KIA는 한때 8연승을 질주하며 7경기까지 게임 차를 벌렸지만 최근 10경기 3승 7패의 부진에 빠지며 다시 2위와 거리가 좁혀졌다.
현재 KIA 선발진은 사실상 제임스 네일(9승 4패 평균자책점 2.78)과 양현종(8승 3패 평균자책점 3.60) 두 명의 투수가 이끌어가고 있다. 이의리, 윤영철이 연이어 부상으로 이탈했고, 크로우의 대체 선수였던 알드레드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까지 고려했을 때 확실한 선발카드가 필요했던 KIA는 '통합우승'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OSEN, 게티이미지코리아, 에릭 라우어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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