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하수가 고수를 제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승부처는 파3 홀이다. 딱 한 번만 잘 쳐도 되는 덕분이다. 파는 물론 버디까지 노릴 수 있다. 정작 프로골퍼들은 파3 홀을 가장 어려워한다. 미스 샷을 만회할 기회가 없다는 게 이유다.
허인회는 파3 홀의 강자다. ‘괴짜’라는 공통점을 지닌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처럼 클럽 피팅에 관심이 많고, 때론 남다른 코스 공략을 선보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허인회는 올 시즌 파3 홀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정교한 아이언 티샷 비결 중 하나로 ‘티 높이’에 대해 언급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별 생각 없이 티를 꽂는데 프로들은 티 높이만으로도 탄도와 구질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티 높이 조절법은 스윙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수 가능성을 줄이면서 일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허인회의 설명이다.
우선 티를 낮게 꽂으면 탄도는 낮아지고 스핀은 많이 걸리게 된다. 볼 방향은 티가 낮을수록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밀린다. 이에 비해 티를 높게 꽂으면 탄도는 높아지고 스핀 양은 적어진다. 볼 방향은 왼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티 높이로 페이드와 드로, 볼의 탄도, 그리고 스핀까지 변화시키는 것이다.
허인회는 “파3 홀에서는 핀 위치에 상관없이 일단 무조건 그린 중앙을 겨냥하는 게 현명하다”면서 “대신 왼쪽 핀이라면 티를 약간 높게 꽂고, 반대로 핀이 오른쪽에 있다면 티 높이를 살짝 낮추는 게 요령이다”라고 했다. 그럼 티의 높낮이는 얼마나 차이 나게 할까. 허인회는 “공 반 개 정도 차이가 나도록 조절한다”고 했다.
절제하되 임팩트는 100%…키 작다면 그립 짧게
허인회의 또 다른 파3 공략 팁은 ‘절제’다. 허인회는 “아이언은 ‘멀리’가 아니라 ‘정확하게’ 치기 위한 클럽이다. 따라서 드라이버처럼 풀스윙을 하지 말고 최대한 절제된 스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살살 치라는 게 아니다. 임팩트 때는 100% 힘을 쓰되 동작 자체를 줄여야 하다”고 덧붙였다. 하체나 상체의 움직임, 스윙 크기 등을 절제하라는 것이다.
긴 파3 홀에서는 페어웨이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는 경우도 잦다. 허인회는 키가 작은 골퍼라면 클럽을 약간 짧게 잡고 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럽에는 적절한 라이각(샤프트와 지면이 이루는 각도)이 있는데 신장이 작으면 샤프트가 눕혀지면서 헤드 토가 들리게 되고 이로 인해 볼은 왼쪽으로 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립을 내려 잡고, 마음까지도 내려놓으면 정타 확률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