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컨트롤러는 던져도 라켓은 안 던진 선수”···BBC ‘나달의 은퇴는 왜 큰 의미가 되나’ 실력·상대 존중·겸손·투지 모두 보여준 선수

입력
2024.11.21 16:48


이번 시즌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테니스 레전드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프로 커리어에서 라켓을 하나도 부수지 않은 선수로 유명하다.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시작한 9살 이후 프랑스 테니스 용품 브랜드 바볼랏 라켓을 이용(12살부터 스폰서 계약)한 나달은 1250개의 라켓을 사용하며, 라켓에 화풀이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투어에서도 보기 힘든 경우라 더 특별하다. 선수들 대부분은 자신의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거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라켓을 던지거나 깨는 과격한 행동을 보인다. 그렇지만 나달은 달랐다.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했고, 승부가 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플레이했다.

동시대에 라이벌로 활약하며 나달과 함께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앤디 머리(영국)은 “나달은 화가 나서 라켓을 던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선수일 것”이라며 “하지만 게임기로 축구 게임을 할 때는 컨트롤러를 던지는 것을 종종 봤다”며 폭로하기도 했다. 머리는 종종 라켓에 화풀이하기도 하는 선수다.

영국 ‘BBC’는 21일 ‘나달의 은퇴는 왜 이렇게 큰 의미가 되는가’라는 기사로 은퇴한 나달의 커리어를 다시 조명했다. 나달은 22차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며 이 부문 역대 2위에 올랐고, 투어 타이틀 92회, 올림픽 금메달 2개, 데이비스컵 우승 4회, 209주간 지킨 세계 랭킹 1위 등 놀라운 기록들을 쌓았다. 특히 프랑스오픈 14회 우승 등 클레이코트에서 남긴 기록들은 앞으로도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달은 지난 20일 스페인 말라가의 호세 마리아 마르틴 카르페나 스포츠 팰리스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를 마지막으로 테니스 라켓을 내려놓았다. 나달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그 마지막 무대를 국가대항전인 이번 데이비스컵으로 예고했다. 나달은 네덜란드와의 대회 8강전 1단식에 나섰으나 패했다.

이날 나달의 은퇴 경기를 보기 위해 스페인 전역에서 팬들이 몰렸다. 55유로(약 8만1000원)였던 티켓은 2만5000유로(약 3684만원)까지 올랐다. 나달의 은퇴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몰린 가운데, 말라가시는 대회 경기장 맞은편 육상 경기장에 ‘나달 고마워(GRACIAS, RAFA)’라고 적힌 초대형 배너를 내걸었다.

‘BBC’는 “나달이 1999년 15세의 나이로 ATP 투어에 데뷔했을 때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10대 선수로, 스페인 명문 축구 클럽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미구엘 앙헬의 조카로 주목받았다”며 “하지만 은퇴할 때는 테니스계를 넘어 가장 뛰어난 스포츠 스타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스페인 테니스 선수로 나달과 플레이했던 펠리시아노 로페스 BBC 해설위원은 “나달은 스페인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선수”라고 했다. 미겔 아르테타 아스널(잉글래드) 감독, 우나이 에메리 애스턴빌리(잉글랜드) 감독, 바르셀로나 레전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을 비롯해 스페인이 배출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파우 가솔 등 스페인 스포츠 스타들이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고 선수로 꼽는 인물 역시 나달이다.

나달은 은퇴경기를 찾은 한 테니스팬은 “나달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는 최고의 선수였을 뿐 아니라 좋은 가치관을 가진 선수로 라이벌에 대한 존중, 겸손, 무엇보다 투지가 대단했던 선수다. 나달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겪는 모든 문제에 맞서 싸우도록 영감을 준다”고 했다.

나달은 여느 스포츠 스타와는 분명히 다른 인간미가 있다. 부상 당한 자신을 후원한 한국 브랜드 KIA와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한 뒤로도 스폰서 계약을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향 마요르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도 마요르카를 떠나지 않았다. 2018년 마요르카 홍수 당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대피소로 개방했고, 직접 복구 작업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해 지역 재건을 위해 100만유로를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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