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김도경(웰컴저축은행)이 프로당구 데뷔와 함께 웰컴저축은행의 '루키'로 영입되며 당구선수로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도경에게 '당구선수'는 무모한 도전과 다를 게 없었다. 당구가 재밌다고 느껴졌고, 막연히 당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후 3쿠션에 대한 이해도 없이 덜컥 당구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실 3쿠션이 이렇게 어려운 종목인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 거라고 말하지만, 당구를 시작하고 프로 데뷔까지 딱 5년이 걸렸다.
2019년 프로당구가 시작되던 해에 처음 당구를 치기 시작했던 김도경은 어느덧 어엿한 프로 당구선수로 데뷔해 팀리그까지 섭렵하고 있는 중이다.
당구선수로 데뷔한지 5년여 만에 프로 당구선수가 됐다. LPBA 투어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 있었나?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당구선수로 데뷔했을 때 대부분의 여자 당구선수들이 LPBA로 옮긴 후라 내가 좋아하는 여자 선수들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가장 컸다. 그 선수들과 진짜 같이 시합해 보고 싶었다.
대한당구연맹 소속 선수로 활동을 시작한 건 언제였나?
PBA가 생기고 나서 2019년쯤 당구를 처음 시작했고, 거의 시작과 동시에 당구선수로 등록했다. 그때가 스무 살 때였다.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나?
용기라기보다 그때는 동호인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먼저 부딪혀서 하다 보면 실력이 더 빨리 늘 것 같아서 대구당구연맹에 바로 선수로 등록했다.
당구선수가 되려고 당구를 시작한 건가?
그건 아니다. 19살 때 겨울에 친구들이랑 처음 당구를 쳤는데 재미를 느꼈다. 재밌고, 잘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3쿠션에 대한 지식도 아예 없어서 4구로 선수를 하는 줄 알았다. 사실 3쿠션을 한 번도 안쳐보고 당구선수를 하겠다고 선언한 거다.
한 번은 TV에서 당구 중계를 해주는데 최성원 선수가 당구치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근데 뭔가 내가 치는 거랑 다르게 어디를 맞고 공을 맞아야 하고 그래서 저건 내가 치는 거랑 다른 종목인가 보다 했다. 그 정도로 뭣 모르고 시작한 거다.
누구한테 어떻게 선언했나?
아빠한테 당구선수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너무 좋아하셨다. 이전까지 내가 뭘 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서 일단 뭐가 되고 싶다니 반기는 눈치셨다. 그래서 바로 당구선수한테 나를 데리고 갔고, 그때부터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3쿠션이 이렇게 어려운 종목인 걸 알았더라면 안 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시작할 때 분명히 하루에 한두 시간만 연습하면 된다고 해서 4구처럼 쉬울 줄 알고 하겠다고 한 건데, 막상 시작해 보니 제대로 하려면 하루에 1~2시간 연습해서는 택도 없었다. 6개월 만에 '잘하고 싶으면 진짜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구나' 깨달았다.
고3 겨울에 당구를 시작했으면, 그전에 고민하던 진로가 있었을 것 같은데?
체육을 하고 싶었다. 운동선수를 하고 싶었는데, 운명처럼 당구를 만나게 됐다. 엄마는 처음에 '당구선수 그런 게 있어? 당구를 친다고 선수도 할 수 있어?' 이런 반응이었는데, 마침 아빠 후배 중에 대구에서 활동하시던 당구선수가 계셔서 아빠가 적극적으로 밀어주셨다. 그렇게 4년 동안 대구에서 당구 치고, 서울 와서 1년 정도 있다가 프로 선수로 전향을 하게 됐다.
3쿠션이 어떤 종목인지도 모르고 달려들었는데, 겪어보니 어떤가?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25점까지는 쑥쑥 올라갔는데, 그 후로 한 1, 2년 동안 25점에 계속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이거 진짜 어려운 거구나' 왜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는지 않겠더라. 치기 싫을 때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그만두기 싫다, 여기서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PBA 이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지난 시즌에 안산에서 열린 대회에 용현지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을 때 응원하라 경기장에 갔다가 좀 놀랐다. 용현지와 스롱 피아비의 결승전이었는데, 사람들이 당구 경기를 보려고 줄을 서서 들어가더라. 그 광경을 보고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그동안 이렇게, 이런 상황에서 당구를 한 번도 쳐 본 적이 없었다. 경기 내내 내가 저기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PBA로 이적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 후로 계속 생각이 나고, 특히 연맹대회에서 시합을 하고 있으면 자꾸 그때 경기 장면이 생각이 났다. 나도 저런 데서 당구 경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 후로 강하게 들었다.
이적하고 프로당구 LPBA 투어를 뛰어 본 소감이 어떤가?
이미래 선수를 진짜 좋아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같이 경쟁한다는 게 꿈만 같았다. 또 프로 데뷔와 동시에 운 좋게 웰컴저축은행의 선택을 받아서 팀리그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 기대가 됐다. TV에서 보던 대단한 선수들과 한 팀이 된다는 게 너무 설렜다.
시도연맹 소속으로 엘리트 선수로 활동할 때와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소속 회사가 있다는 게 책임감이 좀 다른 것 같다. 이전에는 기업 후원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웰컴저축은행이라는 후원회사가 생기니까 내가 더 열심히 잘해서 보답을 하고 싶고, 성적에 대한 욕심이 더 많이 나는 것 같다.
개인투어와 팀리그 중 어떤 게 더 기대가 됐나?
팀리그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라서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했다. 팀이 지면 속상하지만, 이기면 그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응원하는 것도 너무 즐겁다. 또 톱랭커들과 함께 당구를 치고 호흡을 맞춰가면서 연습을 계속하면 내 당구도 좀 많이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크다.
진짜 세미 사이그너,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 서현민 같은 선수와 내가 한 팀에서 하는 게 맞나 싶고, 너무 좋다. 특히 아버지가 사이그너 선수 팬이시라 웰컴저축은행에 영입됐을 때 너무 좋아하셨다.
아버지도 당구를 잘 치시나?
아빠의 취미가 당구였다. 처음에 당구 시작했을 때는 아빠가 그것도 못 치냐고 놀리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별말씀을 안 하시더라. 예전에는 같이 당구 중계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새는 오히려 말을 안 하신다. "저것도 못 치나" 이런 말도 할 법 한데, 딸이 선수니까 이제는 그런 말씀을 안 하신다.
LPBA 투어에서의 목표는?
일단 처음 시작할 때는 1승이 목표였고, 그다음은 본선 진출이 목표다. 빨리 세트 경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번 시즌 최종 목표는 월드챔피언십에 나가는 거다.
당구선수로서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가?
몸집은 작은 편이지만, 시원시원하고 힘 있게 당구를 치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웰컴저축은행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무슨 실수를 하던 바로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부족한 면도 많겠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바로 피드백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팀 막내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김도경이라는 선수를 알아가는 당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너무 진지할 때보다 즐기면서 할 때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성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내 당구스타일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가족들이 대구에 멀리 떨어져 있는데,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구에서 응원해 주고 있는 대구당구연맹 회장님과 삼촌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김도경에게 김도경이 하고 싶은 말은?
무서워하지 말고, 재밌고 즐겁게 치면서 진짜 네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저작권자 Copyright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