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일 막을 올리며 열흘간의 항해의 닻을 올렸다. ‘영화의 도시’ 부산 일대에서 열릴 예정. 공식 초청작은 지난해(209편) 대비 8% 증가한 224편, 여기에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55편을 합쳐 63개국 279편 영화가 부산을 찾는다.
●“편안함에 이르셨기를” 고 이선균 추모
축제의 시작은 처음 부산영화제 사회자로 나선 안재홍, 박보영의 차분하고 안정적인 말솜씨로 매끄럽게 진행됐다. 두 사람은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사회를 맡게 돼 긴장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정말 영광스럽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특히 안재홍은 “‘족구왕’으로 10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그때는 아무도 모르는 배우였는데, 관객 여러분들의 환호를 듬뿍 받고 ‘앞으로도 배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렇기에 더욱 부산국제영화제가 감독 배우 영화인들 모두에게 힘이 될수 있다는걸 느낀다”고 진심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개막식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이선균에게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이 수여돼 눈길을 끌었다. 이선균의 추모 영상을 바라보던 송중기, 하윤경 등 동료 배우들은 눈시울을 붉혔으며 박보영은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인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셨기를 바랍니다”라며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 뭉클함을 자아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고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이 상영되며 그와 함께 했던 감독 배우들과 함께 고인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진행한다.
한편, 개막작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제작과 각본을 맡고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 상영됐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작품 최초로 개막작으로 선정돼 눈길을 끈 ‘전, 란’은 전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액션 영화다.
●이정재부터 사카쿠치 켄타로까지, 별 쏟아졌다
국내 최대 영화제이니만큼 많은 스타들이 개막식을 찾아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살렸다. 이정재, 강동원, 차승원, 박정민, 장동건 수현, 김희애, 조진웅, 지창욱, 조우진, 김민하, 권유리, 노윤서, 사카쿠치 켄타로, 아이즈원 김민주, 트와이스 다현, B1A4 출신 진영, 최희서 등 최고의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3000여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특히 이날 레드카펫에는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뱀의 길’과 ‘클라우드’ 두 편의 신작을 공개하는 일본의 거장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는 2022년과 지난해 중화권 최고의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저우룬파(주윤발)에 이어 개막식에서 아시아 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부산국제영화제가 수여하는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6일 ‘장르영화의 최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에도 참석한다.
구로사와 기요시뿐만 아니라 국내외 명장의 작품과 주역들을 만나는 무대가 영화제를 꽉 채운다. 홍콩의 거장 허안화 감독과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랜드 투어’로 감독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거장 미겔 고메스가 각각 마스터 클래스로 관객을 만나고 프랑스 거장 레오 카락스는 9일 배우 류준열과 함께 신작 ‘잇츠 낫 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는다.
또한 3일 설경구를 시작으로 4일 박보영과 황정민, 6일 천우희가 각각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9층 문화홀에서 연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터스 하우스’를 진행한다. 11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영화제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감독 에릭 쿠가 연출한 ‘영혼의 여행’을 폐막작으로 상영한다.
해운대(부산)|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