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공주' 한지은, LPBA 투어 히든카드 될까…"이번 결승전은 다음 기회를 위한 준비 시간"

입력
2024.09.21 14:09
수정
2024.09.21 14:09
한지은이 지난 프로당구 LPBA 4차 투어 결승에 올라 새로운 LPBA 투어 챔피언의 탄생을 예고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이번 첫 결승전은 다음 결승전을 준비하기 위한 좋은 시간이었다"

'얼음공주' 한지은(에스와이)이 첫 LPB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 기회를 얻었지만, 경험에서 밀리며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 17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2024' 한가위 당구대전에서 한지은이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 히다 오리에(일본, SK렌터카), 한슬기, 김다희 등을 연파하고 처음으로 LPBA 투어 결승 무대에 올랐다.

특히 한지은은 준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무실세트 승으로 결승에 올라 LPBA 최초 무실세트 승리에 도전했다.결승전 뱅킹 중인 한지은과 김가영.

하지만 이번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는 상대 선수가 바로 LPBA 최초 통산 9승에 도전하는 김가영이기 때문.

한지은은 1세트를 단 3이닝 만에 11:10 1점 차로 따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2, 3세트를 빼앗기며 세트스코어 1-2로 밀렸다. 하지만 4, 5세트를 각각 7이닝과 8이닝에 11:6으로 승리한 한지은은 3-2로 역전에 성공했고, 새로운 LPBA 투어 챔피언의 탄생을 알리기까지 단 한 세트만 남겨두었다.

6세트 초반 한지은은 2:6으로 밀렸으나 8이닝에 5득점을 올리고 7:7로 맞섰고, 13이닝째에 10:11로 먼저 챔피언십포인트의 순간에 도달했다. 그러나 한지은의 길게비껴치기가 1적구에 얇게 맞으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기회를 얻은 김가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은 2점을 성공시켜 10:11로 세트를 끝냈다.첫 번째 LPBA 우승 트로피를 노린 한지은.

결국 노련한 김가영이 마지막 7세트 7:7의 상황에서 9:7로 승리하며 한지은은 LPB 투어 첫 준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를 마친 한지은은 "처음 가본 결승이라서 더 떨렸다. 사실 대회 시작할 당시는 우승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그 앞 대회에서 3연속으로 32강 탈락을 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대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결승까지 와서 너무 기뻤다. 아쉽게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다음 기회를 위한 좋은 시간이었다"고 결승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또한, "경기를 할수록 우승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안 들게 하려고 경기 중 노력을 많이 했고, 오히려 그런 생각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말만 계속 되뇌었다"고 말했다결승전 대결 중인 한지은.김가영에게 세트스코어 1-2로 밀리던 한지은은 3-2로 역전에 성공해 먼저 챔피언십포인트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순간에 흔들렸던 이유에 대해 "긴장된 상황에서 확실하게 선택하고 어드레스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직까지도 좀 부족한 것 같다"며 "긴장을 하면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감각을 계속 끌어올리려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부터 에스와이 바자르에서 활약한 한지은은 팀 동료인 다니엘 산체스와 황득희 등 남자 선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시합 바로 전에는 따로 코칭이 사실 필요 없다. 그런 건 연습할 때 미리 준비를 해야 되는 거라 대신 결승 전날 팀원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멘탈 관리나 컨디션 관리, 격려를 많이 받았다. 이런 게 더 중요했다. 그냥 편하게 쳐라, 너가 하던 대로 해라,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큰 힘이 됐다."

한지은은 "지난 시즌에 프로에 도전하고 모든 게 낯설었다. 테이블도, 공도, 또 큐까지 바꿔서 적응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도 또 큐를 바꿨는데, 한 6~7개월 만에 굉장히 빨리 적응을 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신중하게 샷을 고민하고 있는 한지은한지은의 바로 등 뒤에서 응원을 보낸 에스와이 바자르 동료들. 왼쪽부터 모리 유스케, 다니엘 산체스, 황득희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2022년 '제10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네덜란드의 '3쿠션 여전사' 테레사 클룸펜하우어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문 한지은은 이미래(하이원리조트)에 이어 세계선수권과 프로당구 LPBA 투어 결승에 도전한 두 번째 선수다.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에도 서봤지만, 이번 프로 당구대회 결승이 훨씬 더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게 분위기 자체가 너무 다르다. 환호성이나 박수 소리, 마이크 소리, 이런 것들이 너무 달라서 더 기대감도 컸던 것 같다. 그래도 1년 반 정도 LPBA 투어 분위기에 익숙해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결승은 처음이다 보니 이런 분위기일 줄 몰랐다."

이날 한지은과 김가영의 결승전을 보기 위해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 역대급 관중이 몰렸다. 경기 전부터 입장을 위해 긴 줄을 서야 했고, 경기장에는 결승전 테이블 관중석뿐 아니라 불이 꺼진 옆 테이블 좌석까지 만석을 이뤘다.프로 데뷔 후 첫 준우승을 차지한 한지은이 시상식에서 크라운해태 기종표 단장으로부터 준우승 피켓을 전달 받았다.시상식에서 김가영과 대화를 나누는 한지은.

한지은은 "올 3월에 제주도에서 열린 왕중왕전에서 4강에 한 번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오히려 오늘보다 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긴장도가 거의 90~100이었다면, 이번 결승전은 40~50 정도였다. 팔 떨림도 전혀 없었다"고 이번 결승전에 대해 나름의 성과를 밝혔다.

한지은의 말대로 이번 첫 결승전 경험은 앞으로 다음 결승전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한지은이 다시 시작된 '당구여제' 김가영의 독주를 막을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새로운 LPBA 투어 챔피언의 탄생을 예고한 한지은에게 당구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저작권자 Copyright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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