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화이팅" 흔들리던 김가영, '왕중왕'으로 일으킨 한 줄기 목소리

입력
2024.03.18 06:00
하나카드 김가영이 트로피에 키스한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MHN스포츠 제주, 권수연 기자) "가족의 힘?" LPBA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에게 결정적 승리의 이유를 묻자 나온 대답이었다.

17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이 김보미(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3(11-9, 10-11, 3-11, 5-11, 11-10, 11-2, 9-3)으로 돌려세웠다.

김가영은 4강에서 '돌풍신예' 한지은(에스와이)을 잡고 개인 통산 세 번째 월드챔피언십 결승, 개인투어로만 열두번째 결승에 오르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하나카드 김가영이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한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월드챔피언십 2회 우승 기록을 이룸과 동시에 통산 최다 승을 이룬 스롱 피아비(캄보디아, 블루원리조트)와 승수(7승) 타이를 이뤘다.

김가영은 올 시즌 2승(휴온스 챔피언십,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준우승은 1번(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을 기록했다.

아울러 올 시즌의 문을 닫는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김가영은 스롱 피아비(캄보디아, 블루원리조트)에 이어 LPBA 두 번째 그랜드슬래머에 등극했다. 여기에 5시즌간 총 누적상금 3억4천90만원을 달성하며 여자부 최초로 3억원의 상금을 뛰어넘었다.NH농협카드 김보미(우)와 하나카드 김가영이 결승전 경기를 치른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경기 후 취재진 앞에 선 김가영은 답지않게 얼떨떨한 흥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결승전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김가영은 "우승을 거둔 대회 중에서 가장 실감이 안난다"며 "우승을 한번 했지만 아쉬움도 많은 시즌"이라며 끝나버린 올 시즌을 복기했다. 이어 "시합이라는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긴장도 많이 했다. 결과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 나와서 너무 행복하다"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가영은 1세트를 땄지만 2, 3, 4세트에서 속절없이 흔들리며 상대 김보미에 세트를 연달아 넘겼다. 심지어 5세트에서도 김보미가 챔피언십 포인트를 선점하며 우승컵을 바로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1득점을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한 김보미는 결국 김가영에게 역전승을 허용했다.하나카드 김가영이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한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김가영은 이번 결승을 두고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지는 줄 알았다"며 "공격도 수비도 안됐고, (김)보미는 씩씩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더라. 저는 테이블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4세트 초반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생각을 안 했는데 점점 준비했던게 잘 안돼서 '오늘은 어렵겠구나' 싶었다"고 경기 당시의 기분을 털어놓았다.

'우승은 하늘이 정해주는거다' 싶어 내려놓은 순간, 하늘의 선택은 완전히 판을 뒤바꿨다.

김가영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으로 '경기 테이블'을 꼽았다. 대회 환경이 바뀌면 선수들이 가장 예민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사지가 바뀌고, 공 구름이 달라진다.하나카드 김가영ⓒ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김가영은 "경기한지 열흘이 다 되어가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테이블 컨디션을 모르겠더라"며 "길고 짧은 부분에 대해 감을 못잡는데, 망망대해에 돛단배 하나를 탄 느낌이었다. 승패가 막막한게 아니라 내가 컨트롤을 못하는게 너무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3쿠션의 난점이기도 하다. 선수는 매일 같은 루트를 수행하지만, 외부의 습도와 온도에 따라 테이블은 그 날의 주인공을 고른다.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난적을 차례대로 꺾고 결국은 통산 7승, 시즌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 김가영은 향후 추가 목표가 있는지 묻는 말에 "트로피를 더 갖고 싶다던지 하는 부분은 내려놓은지 좀 됐다. 사실 포켓볼을 치던 시절부터 그런 마음을 좀 뗀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하나카드 김가영이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한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그는 "제가 트로피를 더 갖고싶어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제가 치고 싶은 당구에 가까이 가고 있는 부분에 만족하려 한다. 현재는 이 방식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물론, 테이블에 흔들리던 김가영을 일으켜세운 결정적인 승리요인은 따로 있었다.

이 날은 김가영의 조카, 동생, 부모님 등이 모두 찾아 이모, 언니, 딸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하나카드 김가영이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한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하나카드 김가영이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한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가족의 힘"을 선뜻 입에 올린 김가영은 "원래 엄마 목소리가 잘 들리는 편이 아닌데, 한순간 사방이 조용할때 엄마가 '김가영 화이팅'하고 말씀하시는게 쨍 들렸다"며 미소지었다.

한편, 23-24시즌을 마친 프로당구 PBA는 오는 19일 제2회 PBA 시상식을 개최한다.

사진= MHN스포츠 DB<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엔터테인먼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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