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vs MJ, 서로 막지못했던 매직과 조던

입력
2023.09.18 14:43


수비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조던이 더 잘했을 뿐입니다. 그게 조던이 최고인 이유입니다. -덕 콜린스-

여자친구가 집에 놀러올 때 난 조던의 경기를 같이 보자고 했다. -고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60‧198cm)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일단 실력적으로 탁월했고 개인 성적에 더해 팀 성적까지 모두 잡아낸 부분이 가장 컸을 것이다. 프로스포츠 특성상 이런저런 요소가 아무리 좋아도 승자의 이미지가 없으면 슈퍼스타 반열에 오를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조던은 매경기, 매시즌 각종 기록을 만들어내며 커리어를 상승시켰다. 평범한 어떤 선수가 본인과의 경기에서 깜짝 대활약을 펼치자 거짓말로 그가 자신을 모욕했다고 사방에 알리고 다음 경기에서 복수혈전을 펼쳤을 정도다. 승부욕이 강한 정도를 넘어 ‘병적이다’는 말까지 나왔던 이유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기있는 스타일이 있으니 다름아닌 슬래셔다. 현란한 드리블 혹은 남다른 운동능력을 앞세워 상대팀 수비를 휘저어놓을 수 있는 선수를 뜻하는데 농구를 잘 모르는 이가 봐도 보는 재미가 높아 이런 유형은 많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 가서는 간결하고 쉽게 득점을 올리는 농구 도사같은 이미지를 풍겼지만 1차 3연패 당시의 조던은 ‘블랙캣’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수비수가 조금만 한눈을 팔면 아니 두눈 시퍼렇게 뜨고있어도 삽시간에 시야 바깥으로 사라져 빈틈을 뚫고 득점을 올려냈다. 스피드 기어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내외곽을 내집드나들 듯 했고 용케 앞을 막아섰다 싶은 상대에게는 포지션대비 강한 힘으로 눌러버렸다.

전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어지간한 포워드와도 몸싸움이 가능했을 정도인지라 스스로 몸을 갖다붙여 충돌상황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도 자주 보여줬다. 긴 체공력에 더해 공중에서 몸이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밸런스를 잃지 않고 공격을 펼쳤으며 심지어 중간에 훼이크 동작까지 섞어 넣기 일쑤였다. 한때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따라하기 열풍을 일으켰던 ‘트리플 클러치’가 대표적이다.

MJ vs MJ, 시카고 왕조의 탄생을 알린 반란의 서막



조던의 파이널 첫 상대는 1990~91 시즌 매직 존슨(64‧206cm)이 이끄는 LA 레이커스였다. 냉정하게 말해 강하기는 했지만 쇼타임의 전성기를 달리던 때만큼은 아니었다. 여전히 노련미라는 무기는 가지고 있었지만 디트로이트의 나쁜녀석들 시대를 종결시키고 올라온 불스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LA 왕국의 심장부에 새로운 왕조건설을 꿈꾸는 패기넘치는 시카고 반란군이 쳐들어왔다. 반란군의 수장 조던은 천하의 새로운 전설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왕국의 장수들은 상대가 누구든 패권을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예전같지 않다고 해도 파이널까지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상을 유지할 자격은 충분했고 그것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특히 조던 이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명성을 떨치던 매직은 이를 악물었다. 조던은 '에어(Air)'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화려한 공중기를 자랑하는 강력한 승부사였지만 매직의 마법은 상대가 누구든 흔들어서 균열을 냈고 종국에는 파괴시켜 버렸다. 때문에 실력과 상품성을 두루 갖춘 둘의 대결에 ‘MJ vs MJ’라는 부제가 따라붙었고 관계자와 팬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한때 역대 선수 랭킹에서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을 만큼 매직은 전설 중의 전설이다. 언젠가부터 누적기록의 카림 압둘자바 등에게 밀려서 순위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매직을 역대 최고로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마이클 조던보다 더 낫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다'는 평가까지 받았을 정도다.

당시 매직은 조금씩 전성기가 꺾여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큰 경기에서는 언터처블의 위력을 떨쳤다. 한창 물오른 조던 역시 매직을 수비하는데 애를 먹었다. 매직의 최대 장점은 최고 수준의 패싱능력에 더해 득점 생산력 또한 상위급이다는 것이다. 매직이 공을 잡으면 다음 수를 읽기 힘든 이유다.

 



매직은 포스트업을 통해 부단히도 조던을 괴롭혔다. 대등한 수준의 테크니션이면서 사이즈에서 앞섰던지라 대놓고 포스트업을 쳐도 수비가 쉽지 않았다. 체격의 우위를 앞세운 포스트업에 힘좋은 조던도 밀리기 일쑤였고 순간적인 스핀무브후 블록슛을 무력화시키는 베이비 훅슛이 림을 갈랐다.

몸싸움 후 조던이 잠깐이라도 뒤로 밀려나면 틈을 놓치지 않고 미드레인지를 작렬시켰고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터프 플로터 슛도 시카고 수비진을 허망하게 만들었다. 불스 수비 2~3명이 둘러싸도 어렵지 않게 돌파를 성공시켰다. 조던은 물론 사이즈에서 좀 더 나은 피펜이 막아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었던지라 당시 경기를 다시 보기를 통해 시청한 최근 팬들 조차 조던도 대단하지만 매직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의견을 쏟아낼 정도다.

조던이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자 일대일로는 힘들 것이다고 판단한 불스 벤치는 백업 선수들이 파울을 각오하고 기습적으로 도움 수비를 들어가는 패턴을 추가하기도 했다. 물론 조던이 계속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 못 막았다고 보는게 맞다. 조던은 사이즈에서는 매직에게 밀렸지만 대시 더 빠른 발과 순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당시는 이른바 ‘블랙캣’ 시절인지라 운동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정점을 달리던 상태였다. 볼을 잡고 왼쪽 오른쪽 돌파 방향을 재고 있다가 아이훼이크후 벼락같이 림어택에 들어가는 플레이에 매직은 번번이 당했다. 순간적으로 조던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느낌까지 줬던지라 제대로 반응조차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 일쑤였다.

결국 조던의 불스는 레이커스를 4-1로 꺾고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다. 완성되지 않은 팀에서 바닥부터 시작해 한발한발 올라가 쟁취한 우승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던 '득점왕은 우승하지 못한다'던 속설도 보기 좋게 깨트렸다. 조던의 파이널 기록은 평균 31득점, 11어시스트였다.

조던의 또다른 대단한 점은 슈퍼 득점원이면서도 은근히 동료들과 함께하는 농구를 즐겼다는 사실이다. 조던 따라하기의 대표주자 고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경우 ‘실패도 내가 결정한다’는 마인드의 소유자답게 헤비온볼러의 성향이 심했다. 반면 조던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패스에 눈을 떠가며 동료들의 플레이를 살려주는데도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타적이거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를 추구하는 등의 이유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조던은 승부사다. 모든 것의 기준을 이기는데 둔다. 빈틈을 활용한 패싱게임의 효율성을 스스로 느꼈기에 그랬다고 보는게 맞다. 만약 자신보다 더 좋은 스코어러가 있었다면 본인의 득점 비중을 줄이고 패스를 통해서 밀어줬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러한 선수는 조던이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자팀은 커녕 타팀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설사 그런 강력한 에이스가 있었다 해도 조던은 인정하고 포기하기 보다는 상대보다 더 지독하게 노력하고 훈련한 뒤 뛰어넘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봐봐. 역시 내가 중심이 되어 공격하는게 맞지?’라고 능글맞게 도발했을 공산이 크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매직 존슨 트위터 이미지 캡쳐, 나이키 제공
스포키톡 115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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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라에몽이
    지금껏 경기를 잘 이끄는 결과를보며 ,항상 능력치가 대단하다는걸 각인시키는 탁월함이 보이는군요
    9달 전
  • 김나
    항상 능력치가 대단하다는걸 각인시키는 탁월함이 보이는군요
    9달 전
  • 아이고
    응원합니다
    9달 전
  • 탈퇴회원
    응원합니다 화이팅
    9달 전
  • 에브리
    화이팅 응원할게요
    9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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