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이번 비시즌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팀 중 하나다. 팀의 핵심 자원이었던 김단비가 우리은행으로 깜짝 이적한 데 이어 한엄지까지 BNK로의 이적을 택하며 변화가 불가피했다. FA 이적 보상선수로 김소니아와 김진영이 합류한 신한은행은 기존 선수들과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시즌을 맞이한 신한은행은 5할 승률 언저리를 꾸준히 유지하며 플레이오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한은행의 모습에는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위해 노력하며 헌신하고 있는 유승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변화, 힘들었던 비시즌
신한은행은 이번 FA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내부 FA 자원이었던 김단비와 한엄지가 모두 변화를 선택한 것.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 같았던 김단비는 우리은행으로의 이적을 발표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한엄지 역시 BNK로의 이적을 택했다.
특히 김단비의 이적은 구나단 감독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유난히 김단비를 잘 따랐던 유승희에게도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서운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비시즌에는 솔직히 잘 체감이 되지도 않았어요. 비시즌에 언니는 항상 대표팀에 있었고 이번에는 제가 진천에 잠시 있으면서 언니랑 있을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시즌이 열리기 전까지는 잘 체감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서운하다거나 그런 것은 없고 어차피 가기로 한 거 언니가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우리은행으로 이적을 택한 김단비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우리은행의 단독 선두를 이끌고 있다. 신한은행은 3라운드까지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그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은행이랑 경기를 할 때는 몸을 풀 때부터 웃기면서 슬펐어요. 왜냐면 (김)단비 언니를 제가 너무 잘 아니까 일부러 이쪽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언니를 상대로 만난 것이 거의 없었는데 첫 경기에서 블록슛을 당하고 나니까 어이가 없을 정도더라고요.(웃음) 상대가 단비 언니랑 경기를 할 때 이런 느낌이었고 '어린 선수들이 레이업을 잘 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느꼈어요."
김단비와 한엄지가 나간 자리에는 김소니아와 김진영이 새롭게 합류했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FA 시장에서 구슬을 영입하며 포워드 자리를 보충했다. 갑작스러울 수 있었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신한은행이다. 다만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신한은행의 과제로 남았다.
"호흡은 지금도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경기에서도 보여 지는 것처럼 안 맞는 날이 있고 잘 맞는 날도 있어요. 다만 그런 호흡이 한 시즌 만에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초반보다는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호흡을 맞추고 있는 과정 속에서도 꾸준히 5할 언저리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이다. 17경기를 치른 현재 신한은행은 8승 9패의 성적으로 4위에 올라 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동료들도 정말 좋은 선수들이고 감독님, 코치님도 정말 열심히 하시거든요.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하는 아쉬운 부분이 커요."
또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도 비시즌 다소 좋지 않은 일이 겹치며 멘탈이 흔들리기도 한 유승희다.
"비시즌 때 그런 일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고 팀도 잘 안 나가니까 그런 것도 힘들었고 이래저래 힘들었어요. 제가 올해 29살인데 아홉수가 이런 건가 이런 생각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제가 한 선택이니까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승희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시기는 12월 2일 열렸던 KB스타즈와의 경기 이후였다. 이날 신한은행은 78-51의 큰 격차로 KB스타즈를 꺾었다. 이날 3점슛 3개를 터뜨리는 등 13점 4리바운드의 활약을 선보인 유승희는 수훈 선수로 선정되어 경기 후 방송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유승희는 이날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제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항상 괜찮아라고 했지만 솔직히 힘들었어요.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했고요. 그날 (김)은혜 언니가 팬 얘기를 했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대표팀에 제가 떨어졌을 때도 팬분들이 더 아쉬워하고 제 눈치를 보고 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비시즌에 더 큰 일을 겪게 만들어서 너무 미안했어요."
그럼에도, 달린다
힘든 비시즌을 보낸 후 시즌을 맞이한 유승희는 시즌 초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였다. 지난 시즌 확실히 알을 깨고 나온 모습을 보였기에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지만 시즌 초반에는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실은 운동을 제대로 못 했어요. 또 손발이 안 맞는 것도 맞았고요. 제가 거기서 뭘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욕심인 것 같아서 안전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손발이 다소 안 맞는 부분이 있다 보니 미스도 많이 나왔어요."
그러나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유승희는 어느덧 지난 시즌과 비슷한 스탯을 찍어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힌 유승희다.
"저는 지금도 살아났다는 느낌은 아닌 게 스탯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과 비교를 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살아났다고 하기는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이 팀에서 확실하게 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느끼거든요. 무조건 해야하는 건 수비를 악착같이 쫓아다니자는 생각밖에 없어요."
최근 100개의 스틸과 200경기 출전 기록을 각각 달성하며 상을 받기도 한 유승희다. 시즌 도중 달성한 이런 기록들은 유승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임영희 코치님은 600경기를 뛰셨고 (한)채진 언니는 700스틸을 했는데 저는 10년 차에 200경기와 100스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되게 작은 숫자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부상으로 2시즌을 쉬었기 때문에 만약 제가 그 시간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생했고, 감사하다는 느낌이 드는 상들이었어요."
유쿠키
유승희의 대표적인 별명 중 하나는 바로 '유쿠키'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유승희 역시 쿠키라는 별명을 애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대체... 왜 쿠키지...?
"그거 진짜 많이들 물어보시거든요.(웃음) 그 쿠키런이라는 게임이 있잖아요. 처음 나왔을 때 그 기본 캐릭터 색깔이 제가 뛰어다니는 색깔이랑 똑같다고 해서 처음 생겼어요. 그 때 상황이 웃기기도 했고 나름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별명이 딱히 없었는데 팬분들도 유쿠키라고 불러주시니까 이제는 그게 진짜 또 다른 이름이 된 것처럼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쿠키라는 별명과 더불어 토끼머리 역시 유승희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선보인 유승희표 토끼머리는 단숨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유승희만의 고유한 헤어스타일이 됐다.
"처음에는 머리를 잘랐는데 너무 짧게 잘렸더라고요. 평소에 헤어핀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경기만 그 머리를 하고 해보자 했는데 그날 경기가 너무 잘 풀렸어요. 그리고 팬분들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한동안 그 머리를 안 하다가 팬들이 해달라고 하셔서 또 했어요.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다시 안 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너무 안 풀리니까 좋았던 때의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하게 됐어요.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머리밖에 없더라고요."(웃음)
유승희표 토끼머리는 대부분 귀엽다는 반응.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귀엽다는 이야기에는 질색을 한다.
"저는 그렇게 느끼지는 않아요. 잘 어울린다고는 생각하는데 귀여운 거랑은 좀 거리가 멀어요.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귀엽다고 해서 더 싫었는데 그래도 이번 시즌 너무 안 풀리니까 사람이 간사하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제 손으로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귀엽다는 말을 너무나 듣기 싫어하는 토끼머리의 귀여운 유쿠키씨. 귀엽다는 말이 싫지만 귀여움이 배가 되는 토끼머리를 다시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을 정도로 평소 팬 서비스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승희다. 그만큼 유승희에게 팬들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언니들도 인천에서 제가 제일 팬 많다고 하시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정말 많은 언니들에 비하면 쑥스럽죠. 그래도 기억에 남는 팬분들이 정말 많아요. 지난 시즌에는 사골을 주시는 분도 계셨고, 또 주시는 편지들을 읽어보면 정말 경기장에서 저만 보고 있지 않으면 모를 일들까지 다 써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하고 좋은 일이죠."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 원래 기억에 남는 편이잖아요. 정말 팬분들이 제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이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가 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커요."
이처럼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힘겨운 시즌을 이겨내고 있는 유승희다. 그런 유승희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시즌의 목표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우선은 아프지 않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올해가 지나면 저도 서른인데 언니들이 서른이 지나면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했었거든요. 이제 제가 그 나이가 되는 거니까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이번 시즌 하반기뿐만 아니라 제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쭉 가져가야 할 목표인 것 같아요."
"팬들에게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응원해주시는 마음과 선물이나 편지를 써주시는 것에 비해 제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요. 제가 그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농구를 잘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앞으로는 팬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Behind Story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이 말하는 유승희
"아직도 성장중인 강한 선수"
신한은행의 구나단 감독은 감독대행 시절부터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하고 다양한 전술을 운용하며 팀을 이끌어왔다. 지난 시즌 신한은행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올 시즌 역시 김단비와 한엄지가 떠난 가운데서도 5할대의 승률로 4위에 오른 것은 모두 구나단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다.
이런 그가 신한은행의 여러 선수들 중에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내심 고마움을 느끼는 선수가 바로 유승희다. 팀 사정상 가드부터 시작해 때로는 4,5번의 역할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 시에는 가드로서 안정적으로 상대편 코트까지 볼을 운반하고 노마크 찬스에서는 과감한 3점슛으로 기세를 올린다.
여기에 수비에서는 상대 주득점원을 막기도 하고, 가장 맨 뒤에서 전체적인 수비를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감독 입장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이런 선수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구나단 감독은 "승희는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는 물론 자기가 안 되는 것도 모두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강한 선수이고 본인이 안 되는 걸 이겨내려는 그런 터프함이 코트에서 보이니까 성장하는 것 같다. 승희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많이 준다. 힘들지만 그런 걸 이겨내면서 성장하고 있다. 팀에서 본인 자리를 확실히 알고 계속 달려가는 중이다. 정말 만족스럽다"고 칭찬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이러한 변화 속에 시즌을 맞이한 신한은행은 5할 승률 언저리를 꾸준히 유지하며 플레이오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한은행의 모습에는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위해 노력하며 헌신하고 있는 유승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변화, 힘들었던 비시즌
신한은행은 이번 FA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내부 FA 자원이었던 김단비와 한엄지가 모두 변화를 선택한 것.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 같았던 김단비는 우리은행으로의 이적을 발표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한엄지 역시 BNK로의 이적을 택했다.
특히 김단비의 이적은 구나단 감독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유난히 김단비를 잘 따랐던 유승희에게도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서운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비시즌에는 솔직히 잘 체감이 되지도 않았어요. 비시즌에 언니는 항상 대표팀에 있었고 이번에는 제가 진천에 잠시 있으면서 언니랑 있을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시즌이 열리기 전까지는 잘 체감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서운하다거나 그런 것은 없고 어차피 가기로 한 거 언니가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우리은행으로 이적을 택한 김단비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우리은행의 단독 선두를 이끌고 있다. 신한은행은 3라운드까지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그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은행이랑 경기를 할 때는 몸을 풀 때부터 웃기면서 슬펐어요. 왜냐면 (김)단비 언니를 제가 너무 잘 아니까 일부러 이쪽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언니를 상대로 만난 것이 거의 없었는데 첫 경기에서 블록슛을 당하고 나니까 어이가 없을 정도더라고요.(웃음) 상대가 단비 언니랑 경기를 할 때 이런 느낌이었고 '어린 선수들이 레이업을 잘 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느꼈어요."
김단비와 한엄지가 나간 자리에는 김소니아와 김진영이 새롭게 합류했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FA 시장에서 구슬을 영입하며 포워드 자리를 보충했다. 갑작스러울 수 있었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신한은행이다. 다만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신한은행의 과제로 남았다.
"호흡은 지금도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경기에서도 보여 지는 것처럼 안 맞는 날이 있고 잘 맞는 날도 있어요. 다만 그런 호흡이 한 시즌 만에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초반보다는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호흡을 맞추고 있는 과정 속에서도 꾸준히 5할 언저리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이다. 17경기를 치른 현재 신한은행은 8승 9패의 성적으로 4위에 올라 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동료들도 정말 좋은 선수들이고 감독님, 코치님도 정말 열심히 하시거든요.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하는 아쉬운 부분이 커요."
또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도 비시즌 다소 좋지 않은 일이 겹치며 멘탈이 흔들리기도 한 유승희다.
"비시즌 때 그런 일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고 팀도 잘 안 나가니까 그런 것도 힘들었고 이래저래 힘들었어요. 제가 올해 29살인데 아홉수가 이런 건가 이런 생각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제가 한 선택이니까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승희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시기는 12월 2일 열렸던 KB스타즈와의 경기 이후였다. 이날 신한은행은 78-51의 큰 격차로 KB스타즈를 꺾었다. 이날 3점슛 3개를 터뜨리는 등 13점 4리바운드의 활약을 선보인 유승희는 수훈 선수로 선정되어 경기 후 방송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유승희는 이날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하게 했다.
"제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항상 괜찮아라고 했지만 솔직히 힘들었어요.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했고요. 그날 (김)은혜 언니가 팬 얘기를 했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대표팀에 제가 떨어졌을 때도 팬분들이 더 아쉬워하고 제 눈치를 보고 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비시즌에 더 큰 일을 겪게 만들어서 너무 미안했어요."
그럼에도, 달린다
힘든 비시즌을 보낸 후 시즌을 맞이한 유승희는 시즌 초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였다. 지난 시즌 확실히 알을 깨고 나온 모습을 보였기에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지만 시즌 초반에는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실은 운동을 제대로 못 했어요. 또 손발이 안 맞는 것도 맞았고요. 제가 거기서 뭘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욕심인 것 같아서 안전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손발이 다소 안 맞는 부분이 있다 보니 미스도 많이 나왔어요."
그러나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유승희는 어느덧 지난 시즌과 비슷한 스탯을 찍어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힌 유승희다.
"저는 지금도 살아났다는 느낌은 아닌 게 스탯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과 비교를 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살아났다고 하기는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이 팀에서 확실하게 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느끼거든요. 무조건 해야하는 건 수비를 악착같이 쫓아다니자는 생각밖에 없어요."
최근 100개의 스틸과 200경기 출전 기록을 각각 달성하며 상을 받기도 한 유승희다. 시즌 도중 달성한 이런 기록들은 유승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임영희 코치님은 600경기를 뛰셨고 (한)채진 언니는 700스틸을 했는데 저는 10년 차에 200경기와 100스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되게 작은 숫자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부상으로 2시즌을 쉬었기 때문에 만약 제가 그 시간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생했고, 감사하다는 느낌이 드는 상들이었어요."
유쿠키
유승희의 대표적인 별명 중 하나는 바로 '유쿠키'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유승희 역시 쿠키라는 별명을 애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대체... 왜 쿠키지...?
"그거 진짜 많이들 물어보시거든요.(웃음) 그 쿠키런이라는 게임이 있잖아요. 처음 나왔을 때 그 기본 캐릭터 색깔이 제가 뛰어다니는 색깔이랑 똑같다고 해서 처음 생겼어요. 그 때 상황이 웃기기도 했고 나름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별명이 딱히 없었는데 팬분들도 유쿠키라고 불러주시니까 이제는 그게 진짜 또 다른 이름이 된 것처럼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쿠키라는 별명과 더불어 토끼머리 역시 유승희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선보인 유승희표 토끼머리는 단숨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유승희만의 고유한 헤어스타일이 됐다.
"처음에는 머리를 잘랐는데 너무 짧게 잘렸더라고요. 평소에 헤어핀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경기만 그 머리를 하고 해보자 했는데 그날 경기가 너무 잘 풀렸어요. 그리고 팬분들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한동안 그 머리를 안 하다가 팬들이 해달라고 하셔서 또 했어요.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다시 안 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너무 안 풀리니까 좋았던 때의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하게 됐어요.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머리밖에 없더라고요."(웃음)
유승희표 토끼머리는 대부분 귀엽다는 반응.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귀엽다는 이야기에는 질색을 한다.
"저는 그렇게 느끼지는 않아요. 잘 어울린다고는 생각하는데 귀여운 거랑은 좀 거리가 멀어요.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귀엽다고 해서 더 싫었는데 그래도 이번 시즌 너무 안 풀리니까 사람이 간사하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제 손으로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귀엽다는 말을 너무나 듣기 싫어하는 토끼머리의 귀여운 유쿠키씨. 귀엽다는 말이 싫지만 귀여움이 배가 되는 토끼머리를 다시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을 정도로 평소 팬 서비스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승희다. 그만큼 유승희에게 팬들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언니들도 인천에서 제가 제일 팬 많다고 하시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정말 많은 언니들에 비하면 쑥스럽죠. 그래도 기억에 남는 팬분들이 정말 많아요. 지난 시즌에는 사골을 주시는 분도 계셨고, 또 주시는 편지들을 읽어보면 정말 경기장에서 저만 보고 있지 않으면 모를 일들까지 다 써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하고 좋은 일이죠."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 원래 기억에 남는 편이잖아요. 정말 팬분들이 제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이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가 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커요."
이처럼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힘겨운 시즌을 이겨내고 있는 유승희다. 그런 유승희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시즌의 목표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우선은 아프지 않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올해가 지나면 저도 서른인데 언니들이 서른이 지나면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했었거든요. 이제 제가 그 나이가 되는 거니까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이번 시즌 하반기뿐만 아니라 제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쭉 가져가야 할 목표인 것 같아요."
"팬들에게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응원해주시는 마음과 선물이나 편지를 써주시는 것에 비해 제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요. 제가 그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농구를 잘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앞으로는 팬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Behind Story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이 말하는 유승희
"아직도 성장중인 강한 선수"
신한은행의 구나단 감독은 감독대행 시절부터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하고 다양한 전술을 운용하며 팀을 이끌어왔다. 지난 시즌 신한은행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올 시즌 역시 김단비와 한엄지가 떠난 가운데서도 5할대의 승률로 4위에 오른 것은 모두 구나단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다.
이런 그가 신한은행의 여러 선수들 중에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내심 고마움을 느끼는 선수가 바로 유승희다. 팀 사정상 가드부터 시작해 때로는 4,5번의 역할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 시에는 가드로서 안정적으로 상대편 코트까지 볼을 운반하고 노마크 찬스에서는 과감한 3점슛으로 기세를 올린다.
여기에 수비에서는 상대 주득점원을 막기도 하고, 가장 맨 뒤에서 전체적인 수비를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감독 입장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이런 선수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구나단 감독은 "승희는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는 물론 자기가 안 되는 것도 모두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강한 선수이고 본인이 안 되는 걸 이겨내려는 그런 터프함이 코트에서 보이니까 성장하는 것 같다. 승희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많이 준다. 힘들지만 그런 걸 이겨내면서 성장하고 있다. 팀에서 본인 자리를 확실히 알고 계속 달려가는 중이다. 정말 만족스럽다"고 칭찬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