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도 이건 하고간다" '하드콜'에 담긴 유재학 경기본부장의 한국농구 체질개선 의지

입력
2024.10.07 15:05


[제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욕을 좀 먹더라도, 아니 내가 KBL을 떠나더라도 할 건 해야죠."

한국프로농구 사상 최고의 명장으로 불렸던 유재학(61) 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지난 해 3월 명예롭게 지도자 은퇴식을 치렀다. 18년간 현대모비스의 수장으로서 역대 최다우승(6회)과 정규리그 최다승(724승)의 대기록을 작성했던 '만수(만가지 수)' 감독은 '완전한 은퇴'를 꿈꿨다.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쳤던 농구계에서 당분간 떠나 홀가분하고 유유자적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뼛속까지 배어 있는 농구인으로서의 열정은 쉽게 가라앉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행정가'로 다시 돌아왔다. 새로운 KBL 집행부에서 경기본부장을 맡았다. 감독 시절 무수히 대립했던 심판진과 동고동락하며 자신이 꿈꾸는 '더 나은 농구'를 뿌리내리기 위해 다시 새로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런 유 본부장이 2024~2025시즌을 앞두고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바로 이른 바 '하드콜'로 표현되는 판정 기준의 변화다. 기존 프로농구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심판 판정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수 있을 만한 혁신적인 변화다.

핵심은 '정상적인 몸싸움의 허용'이다. 또한 이 기준이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팀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게 핵심 포인트다. 유 본부장은 "그간 KBL의 판정에 대해 현장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파울 콜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농구의 특성상 몸싸움이 빈번하게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걸 허용해야 경기가 더 다이내믹하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국제경기나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봐도 강렬한 몸싸움이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심판들도 고의성의나 악의적인 파울이 아니면 이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유 본부장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상적인 범위 아래서 몸싸움을 허용하고, 공격자가 고의적으로 파울을 얻으려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판정 방식을 바꾸겠다고 미리 밝힌 바 있다. 일방적인 선언은 아니었다. 이미 지난달 11일에 서울 서초구 KBL센터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심판 설명회를 열고 판정에 대한 기준을 설명했다.

또한 이에 앞서 각 구단이 팀 훈련을 진행하던 지난 7월 말부터는 창원LG를 시작으로 10개 구단을 직접 방문해 새로운 판정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미니 심판설명회'를 순차적으로 열었다. 직접 모든 구단의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앞에서 미리 준비한 영상 자료들을 보여주며 세세하게 달라질 규정에 관해 설명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기준에 의한 판정이 현재 제천에서 열리고 있는 '2024 DB손해보험 KBL CUP IN 제천' 대회에 적용됐다. 선수들은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파울 콜을 실전에서 체감하며 다양한 반응을 내고 있다. 유 본부장 역시 현장에서 자신이 추진한 판정 방식의 개선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직접 보며 생생한 현장의 반응을 경청하고 있다.

물론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반응은 엇갈린다. 수원 KT 간판스타인 허훈은 지난 6일 부산 KCC전을 마친 뒤 "농구인지 격투기인지 모르겠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선수들이 다칠까봐 우려된다. 이걸 악용하는 일도 나올 수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유 본부장의 소신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컵대회 초반 실전에서 하드콜 방식이 적용되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런 변화를 통해 농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팀에 일관되게 규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라면서 "내가 욕을 먹더라도 이것만큼은 확실히 바꾸고 싶다. 그게 결국은 농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국제경쟁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떠나더라도 이것만큼은 하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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